◐ 나연의 서재 (시조시) ◑
밤 바다에서는
sang-a
2007. 3. 2. 18:29
밤 바다에서는
/ 김 나 연
어둔 바다
쉬임없는 파도의 허연 울음소리가
지친 하루의 뒷덜미를 잡고
신명나지도 않은 이야기 하나
전설처럼 모래와 섞이는 섬마을.
저 멀리
등대가 쓸쓸히 밤을 밝히면
사립문 너머로 마을을 지키는
개 짖는 소리의 화답이 오고
낮동안 부서지던 햇살이
갯벌을 덮고 눕기 시작한다.
씻기고 또 씻기는 모래의 가슴
그 안에서 허울벗는 젖은 詩 하나를 낳는
어둔 밤 ,
긴 밤이 다 하도록 바다는 울고
모래는 하염없이 詩를 낳는다.
이내 지워지고 마는 뻐꾸기 울음같은 詩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