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g-a 2007. 3. 2. 18:29

 

 

밤 바다에서는

                                    / 김 나 연

 

어둔 바다

쉬임없는 파도의 허연 울음소리가

지친 하루의 뒷덜미를 잡고

신명나지도 않은 이야기 하나

전설처럼 모래와 섞이는 섬마을.

저 멀리

등대가 쓸쓸히 밤을 밝히면

사립문 너머로 마을을 지키는

개 짖는 소리의 화답이 오고

낮동안 부서지던 햇살이

갯벌을 덮고 눕기 시작한다.

씻기고 또 씻기는 모래의 가슴

그 안에서 허울벗는 젖은 詩 하나를 낳는

어둔 밤 ,

긴 밤이 다 하도록 바다는 울고

모래는 하염없이 詩를 낳는다.

이내 지워지고 마는 뻐꾸기 울음같은 詩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