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갈 대(연시조)

by sang-a 2007. 3. 2.

갈 대(연시조)

 

                             / 김 나 연

 

붉게도 피우지 못 할 섭리 때문에
가을행 열차를 빌려 탄 갈대는
등 굽은
할아버지의
빈 계절만 같았다

 

창백한 넋이라서 바람에 어울린다
고독은 허옇게 등성이에 누워서
그 어느
나의 길목을
그려내고 있구나

 

살아서 흔들리는 설레임을 보겠네
어느 모서리에 남아 있을 꽃 향기
꽃병을
마련해두자
오늘 하루 내 자리에

                                 04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