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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상

by sang-a 2007. 3. 2.

 

 

 

가을 단상

 

                                           / 김 나 연

 


차라리 눈을 감았다

 

낯선 날을 세우며
피를 훔치는 바람과
바쁜 햇살 앞에선
눈을 감아야만 했다

 

거친 숨을 쉬며 혈관을 도는 파편에
사랑은 흐느끼며 야위어 가고

 

어딘가로부터 들리는
슬픈 현악기의 소리는
마른 잎새를 흔들고만 있는데

 

가을이 남긴 잔해 속으로
젖은 머리칼의 향기가
흩어진다

 

어느 열정의 밤을 보낸 호수의
물안개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