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대한 침묵
가을 하늘보다
더 푸른 눈을 가졌던사람이 있었다
툇마루에 햇살이
들어서기도 전에
주린 배를 위하여 세상으로 나아가
앞산도 잠든지 오래가 된 후에야
무거운 생의 등짐을 부리는 사람.
숲으로 가면
언제나 새들의 노래가 기다릴까 싶지만
눈은 어둡고
귀는 멀어만 가는데,
오늘도
그의 집 골목을 들어서면
아는 체 하는 건 유일한 외등.
말을 모르는 그 사람
말을 잃은 외등
어디선가 지난 가을의 낙엽소리만
들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