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눈물짖는 까닭.
/ 김 나 연
삭풍의 자락을 잡고
먹빛 구름이 해산한 비가
잰걸음으로 달린다.
안식을 위한
거침없는 질주를 하는 중년 사내의
머리카락에서 염색 냄새가 난다.
길가에 피는 꽃에 앉은 먼지는
한 줄기 비가 다녀가면 더욱 푸르러지는데
사내의 머리카락은 어느 새 하얀 새치가 다시 돋는다.
비는 내려도
사내의 가슴을 씻어주지 못한다.
아무도 그의 새치를 꽃이라 하지 않기에.
(04.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