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핀 꽃
김 나 연
가끔은 미친 듯 흔들리며 살고 싶다.
바람이 날 흔들거나 내 홀로 흔들리며
속살이
시려 터지는
낯선 이 쓸쓸함
여름이 다 가도록 꽃잎 몇 개 부여잡고
차디찬 바위벽에 잔허리를 맡겼었다
스러져
누울 수 없는
형벌같은 뒤척임으로
달 그림자 밟으며 산다는 건 고독하다.
하이얀 억새밭이 등성이를 삼킨 가을
벼랑에
핀 꽃을 본다.
슬픈 내 자화상(自畵像).
(05. 가을 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