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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연의 서재 (시조시) ◑

흔적

by sang-a 2007. 3. 2.

 

 

흔적

                                         / 김 나 연

 

가슴 저린 날에

땅거미를 베고 누운

검은 산을 본 적 있다.

눈 먼 사랑을 묻어버린 노을과

산이 말없이 만난 곳에

그 섧도록 아름다운 곳에서

한 때  우리도 어울린 적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없는 길은 흐리고

불빛들은 취하여 비틀대고 있다.

겹겹이 쌓여가는 낙엽을 밟으며

코트깃을 올린다.

이제 모두 다 사라지고

나는

산 처럼 검어지는 연습을 한다.

말 없는 산이 되는 연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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