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 김 나 연
가슴 저린 날에
땅거미를 베고 누운
검은 산을 본 적 있다.
눈 먼 사랑을 묻어버린 노을과
산이 말없이 만난 곳에
그 섧도록 아름다운 곳에서
한 때 우리도 어울린 적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없는 길은 흐리고
불빛들은 취하여 비틀대고 있다.
겹겹이 쌓여가는 낙엽을 밟으며
코트깃을 올린다.
이제 모두 다 사라지고
나는
산 처럼 검어지는 연습을 한다.
말 없는 산이 되는 연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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