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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을 기록하다 ◑

나의 종착역

by sang-a 2007. 3. 9.

 

아귀찬 사람을 만나면 금새 나의 용기는 비틀거린다.

 

농부는 새벽 동이 트기전에 바삐 하루를 열고

밤에 하루가 시작되는 시장에선 올빼미족들의 번뜩이는 눈빛이

물오른 꽃잎보다도 아름답다.

 

터덜거리며 맥없는 걸음을 옮겨 친구와 의정부를 향했다.

의미가 없진 않지만 어찌 되었건 하루를 갉아먹으러 가는 것이다.

사람들의 관상을 보기 시작했다.

저 사람은 성격이 어떨까?

저 사람의 마인드는 무엇일까?

끊임없이 나와 비교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상을 보기 시작했다.

외투를 벗어도 좋을만큼 바람이 적당한 길을 한참을 걸었다.

 

무엇을 해도 좋을 체감온도가 나에게 허영을 발라주고

무엇을 해도 어색한 감정온도가 나의 심장박동을 조절하는 날.

 

참으로 세상은 아이러니하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될 수 있는 속세에 살면서

참벚나무 가득한 숲을 닮고 싶어 미쳐가고 있다는 나.....

다 부질없을 욕심을 채우기 위해

꽁꽁 여미고 길을 나서는 나의 탐욕을

낯선이들이 읽었다.

 

수도승도 아닌 내가 이 세상 안에서 얻으려는 것들로부터 다시 비애감을 갖는다.

그래도,

꿈의열차는 타야만 한다.

따스한 열차에 나를 데워줄 삶을, 비겁하지 않은 일을 실어야만 한다.

 

오늘 만난 그 사람들이 그랬다.

그들은 이미 그 열차에 타고 있었고, 내게도 손을 내밀었다.

그렇다면, 과연 나의 열차에는 종착역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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