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6 보충대.
봄꽃들이 만개한 4월3일. 호야가 입대를 하였다.
엊그제 삭발을 하러 가면서
"드디어 삭발을 하는구나" 하더니
하고 나선 "마마 기분이 묘합니다요" 하던 녀석.
아직도 얼굴에 여드름꽃이 가득한 내 아들이 국가의 부름을 받았다.
송별파티를 하니 뭐하니 하면서 친구들과 어울리던 날들을 뒤로 하고
휴대폰은 친구에게 남기고 애써 웃음짓던 녀석이 연병장에 들면서
실감이 나는지 심란해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제대로 이야기 할 틈도 없이 양떼를 몰듯 강당으로 데리고 가버리는 바람에 내색하지 않겠다던
다짐이 순간 무너져내리며 울컥했다.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며 녀석을 찾기 시작하는 나의 두 눈..
녀석의 키가 큰 지라 한동안 찾다보니 두리번두리번 거리는 녀석이 시야에 잡혔다.
그러나
손을 흔들어도 수 많은 인파속에서 녀석은 날 못 보고 밀려 들어가고 말았다.
상기된 얼굴이 이내 가슴에 메인다.
오지 말라고 성화인지라 알았다고 안가는 척하며 보내 놓고
급히 뒤따라 부대 앞에서 만나니 그래도 좋아하던 녀석.
다 필요없다는 녀석에게 필수라는
방수시계와 운동화 깔창하나를 억지로 안겨주었을 뿐이었다.
휑-하다.
황사가 일으킨 먼지만큼이나 마음이 어지럽다.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도 무더위가 극성인 여름도 아니라 훈련받기에 좋다고들 하지만
힘든 훈련을 견디어낼 수 있을지 걱정을 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돌아오는 길, 오후내내 바람이 거세더니 이내 빗방울이 떨어진다.
몇 일 있으면 입고 갔던 사복이 집으로 우송될거라니 그 때 또 한 번 애미의 가슴이 젖을려나.
신체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 정상복무를 할 수 없게 되는 아이들은 다시 귀가조치 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녀석은 그럴일은 없을 것 같다.
그나마 위안으로 삼고 싶은 것이 있다면 철부지지만 조국의 부름을 받을 수 있게
건강한 신체를 가졌음이라고나 할까?
지금은 뭘하고 있을까?
식사는 어떻게 입에 맞았을까?
밉게 보이지 말아야 할텐데
원만하게 잘 할 수 있으려나?
온갖 생각들과 염려가 끝없이 꼬리를 물어간다...
녀석이 없는 빈 방.물건들은 이제 2년의 긴 휴식을 갖게 되겠구나.
마음이 훌쩍 커서 돌아오기를 ,
제대하는 날까지 부디 건강하기를 맘 깊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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