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초여름으로 치솟으면서 시원한 바람이 좋아지고 있다.
호야가 7128부대로 자대배치를 받아 간 지도 벌써 두 주가 지났다.
배치받고나서 첫 주말에 아들을 만났다.
군복입은 녀석의 모습을 처음 본 셈이다. 그곳에서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주며
걱정하지 말라는 녀석.마마의 임무나 충실하라며 너스레를 떨었지.
발칸포 담당이라는 녀석과 친구들이 재미난 이야기에 정신없이 웃으며 걸었고 그 모습이
흐믓하니 보기에 좋았다. 녀석들의 행보에 퇴계원 거리가 꽉 찼다.
친구녀석이 식당에서 나와 바나나우유를 건네주며
"약속 지켰다"그러길래 물었더니
나가면 제일 먼저 바나나우유를 먹겠다고 했단다..
웃음이 나왔다.
국가에 부족하기 그지없는 아들을 맡기고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
정신적으로 많은 성장을 기대하는 바도 크다.
녀석이 다시 우리곁으로 오기까지 난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아 마음이 조급하다.
사람의 뇌세포가 여느 동물들처럼 단순구조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순간순간 우울하게 찾아들때면 빈 하늘에 멍하니 눈을 던져버리곤 했다.
주인이 외출하고 없는 녀석의 홈피를 다녀오는 날이면
내가 살아야하는 이유와 다른사람 아닌 나로 살아야하는 이유를 세어보곤 한다.
뜻하지 않고 계획에 없던 일들이 우리네 삶 안으로 무단침입을 하고
썰물처럼 많은 것들을 앗아가곤 한다.
들풀처럼 강하지 못 하고 햇살보다도 따스하지 못 한게 사람이다.
잠시 궤도를 이탈하는 삶이라 여긴다.
오늘도 내 아들은 아침 일찍 하루를 열 것이고 바지런하게 구두에 광을 낼 것이다.
하늘이 엷은 회색 커튼을 치고 누워 쉬는 중이다.
지금 무얼하고 있을지 짐작은 가지 않지만
이등병의 하루에 빛이 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