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僧舞) |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파르라니 깎은 머리 |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
두 볼에 흐르는 빛이 |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
훠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 |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청록집(靑綠集), 을유문화사, 1946> |
승무는 승려의 옷차림을 하고 추는 춤이다. 시인은 이 춤에서 번뇌를 이겨 내고자 하는 종교적 구도(求道)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므로 이 시는 단순히 춤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춤으로 나타나는 마음 속의 움직임에 초점을 두고 있다. |
작품의 서두는 승무의 우아한 모습을 묘사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승무를 추는 이는 젊은 사람이다. `두 볼에 흐르는 빛이 / 정작으로' 곱다는 것을 보건대 그는 여자인 듯하다. 꽃다운 나이의 젊은 여인이 승복을 입고 있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시인은 그가 어떤 이유로 속세를 버리고 승려가 되었는가는 말하지 않는다. 이 시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알 수 없는 번뇌를 이기기 위하여 가다듬는 손길과 춤의 움직임이다. |
춤의 시간은 아무도 없는 밤이다. 뜨락에 쓸쓸히 널린 오동잎 잎새마다 달빛이 비추는데 승무가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이 춤은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번뇌를 이겨 내기 위한 간절한 소망의 표현으로서 추어지는 것이다. 그 춤의 절정이 제6, 7연에 나타난다. 검은 눈동자를 살포시 들어 먼 하늘의 한 개 별빛을 바라보는 간절한 모습을 한 번 상상해 보자. 흰 고깔 아래 보이는 고운 뺨은 어떤 우수를 머금은 듯하고, 맑은 두 눈에는 어쩌면 고뇌의 눈물이 아롱질 듯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세속의 세계를 떠나 모든 것에의 집착을 버리고자 한 터이기에 번뇌는 별빛처럼 아득히 멀리서 반짝인다. 그 다음 연에서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란 바로 이 별빛 같은 번뇌마저 떨쳐버리려는 간절한 심경의 표현이다. |
작품의 서두와 마지막에 되풀이되는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라는 구절은 이러한 내용과 더불어 음미할 때 이 작품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 준다. [해설: 김흥규] |
▶ 성격 : 전통적, 주정적, 선적(禪的), 불교적, 율동적, 고전적 |
▶ 어조 : 대상에 대한 예찬적 어조, 고전적인 우아한 어조 |
▶ 율격 : 대체로 4음보 |
▶ 표현상의 특징 |
-유음 'ㄹ' 사용 : 부드러운 느낌 |
-언어의 조탁 : '하이얀, 감추오고, 살포시' |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서술, 묘사 중심의 서술, 유장한 가락 |
▶ 구성 : 수미쌍관(首尾雙關) |
▶ 주제 : 인간 번뇌의 종교적 승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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