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으로 살리
김 나 연
쓸쓸히 비가 내리고 죽음처럼 누워버린 시간
그 위에 시간보다 더 아득해진 사랑 하나 있다.
오늘도 무거운 창을 흔들며 바람이 다녀갔네
어제도 또 지나간 하루도 홀로 길을 가--
무엇으로 살리
저린 시간들 어둔 골목에 묻어 두고
흔적없는 바람으로나 살까
누군가 살기어린 눈빛으로
내 살점을 뜯겠다 하면 공허한
남은 여생도 마져 먹으라 하겠네
어둠과 빗속에 흑백으로 젖는 날들
무엇으로 살리
돌아올 수 없는 어제가 빚이 되었다
무엇이리 무엇이리
무엇으로 나 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