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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연의 서재 (시조시) ◑

눈 내리는 밤

by sang-a 2007. 12. 16.







눈 내리는 밤

 

                                                / 김 나 연

벚꽃 축제가 열리던 봄이 다시 온 것만 같다

전화기를 들고 설레이는 사람들

몇 남지 않은 잎을 쓸어대는 차거운 바람과

멋드러진 춤사위를 벌이고 있는 저 순수 

 

지하상가로 가는 계단을 따라

푸성귀를 파는 노파에게

이제 굽은 등을 펴도 좋을 시간이라

귓볼을 당기며 속삭인다

아들의 볼멘소리가 빗자루에 쓸리고

눈은 소녀처럼 내린다 철없이 내린다

 

가난이 만들어버린 굽은 등을 펴게 하는

따스한 떨림

눈 내리는 밤 하늘엔

젖은 기도가 별대신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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