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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사람들 ◑/아름다운 사람들

안정

by sang-a 2008. 8. 3.

안정

나는 친구를 기다리다가 오십 대쯤으로 보이는 한 남자와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큰 회사에서 30여 년간 회계사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들고 나는 “30년 동안 일하셨다니, 회계 일을 무척 좋아하시나 봐요”라고 말했다.

순간 그의 태도가 싹 달라졌다. 그는 고개를 숙이더니 당혹감과 창피함이 묘하게 뒤섞인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사실, 난 그 일이 너무 싫어요.”

나는 깜짝 놀라 다시 물었다. “아니, 그렇다면… 그렇게 싫어하시면서 왜 30년이 넘도록 계속 그 일을

하시나요?” 나는 그가 몹시 불편해 한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대답이 신발 속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는 신발만 뚫어져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공연한 질문을 한 것 같아 조금 미안해졌다.

그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나는 그의 간단명료한 대답에 또 한 번 놀라고 말았다. "글쎄요, 아무래도

 이 일은 안정적이니까요."

그는 미국계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그 제의는 매력 있었지만 새로운

사원들과 부대껴야 하고, 회사가 멀어서 가족이 회사 근처로 이사 가야 하는 모험을 해야 했다.

가장 안정하고 편안한 지금 다니는 회사에 남아 하던 일을 계속 하는 것이었다. 결국 그는 안정한

길을 택했다. 그가 너무나 싫어하는 회계일은 그에게 ‘그러저럭 좋은’ 직업이었던 것이다.


곧 내 친구가 도착했고, 회계사와의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나야말로 인생의 대부분을 그 회계사처럼 살고
있었다. 직업에 관해서는 아닐지 모르지만 삶의 여러 부분에서 안정적이기를 바랐다.


- J. R. 브리그스 지음 <그리스도인의 행복한 대가 지불>에서-



인생은 ‘안정’과 ‘발전’이라는 양립 불가능한 두 가지 명제를 동시에 추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자만을 택하는 사람은 나이가 어떻든 이미 늙은 사람이고, 후자를 택하는 사람은 나이와 상관없이

젊은 사람입니다.

더구나 의미와 보람 속에서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은 후자를 택할 경우에만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더 많은 사람들이 전자를 택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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