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후원에서 진정 체감해야 할 역사의 숨결은? | ||||||||
[상식의 해부 12] 빼앗긴 문화재의 귀환에 그저 박수만 칠 수 없는 까닭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함대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가 145년 만에 우리나라로 돌아오게 됐다. 그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왔던 외규장각 의궤는 4월 14일부터 5월 27일까지 4차례에 걸쳐 297권 전체가 반환되며 이후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이관될 예정이라고 한다. 외규장각 문서가 우여곡절 끝에 우리 품으로 돌아오게 된 것은 분명 축하할 만한 경사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들으면서 나는 한편으로는 빼앗긴 문화재의 환수와 함께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문화재를 제대로 보존하는 것이란 어떤 것일까에 대한 아쉬움을 새삼 들게 한다.
이번에 반환되는 외규장각의 본산인 규장각은 창덕궁 후원에 있다. 이 건물은 정조 임금이 세운 정조 통치의 중심 공간으로 부용지 연못을 내려다보는 곳에 있다. 나는 최근 창덕궁 후원 안에 들어갈 기회가 있었는데 과연 조선 궁궐의 대표적인 휴식 공간답게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룬 정원 미학의 걸작이었다. 그리고 내가 또 본 것은 삼엄한 문화재 관리 시스템이었다. 출입도 엄격하게 통제하고, 안내자의 가이드 없이는 혼자 돌아다니는 것도 여의치 않을 정도로 철저히 관리하고 있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답게 문화재 보존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와 대조적인 곳이 옥류천이라는 곳이다. 이곳은 임금들이 술잔을 띄워놓고 음주 풍월을 읊던 놀이 공간이다. 이를 만든 임금은 인조인데, 조성한 해를 보니 1636년이다. 바로 병자호란으로 남한산성과 삼전도에서의 치욕을 당한 해다. 판소리꾼 임진택 씨가 최근 새로운 창작 판소리 <남한산성>에서 전하듯 우리 역사의 비통한 장면이 연출됐던 그 무렵에 인조는 술잔을 기울이며 음풍농월에 빠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멋진 경관으로만 설명될 뿐, 그 이면의 반면교사에 대한 어떤 설명도 들을 수 없었다.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얻어서 돌아갔을까. 창덕궁 후원은 정원미학의 걸작을 넘어서 조선 왕조의 대비되는 한 명암, 인조와 같은 못난 임금이 아닌 정조와 같은 현명한 군주가 더 많았어야 했다는 것의 생생한 실례, 통치자의 자격이 없는 권력자로 인해 역사가 얼마나 뒤틀릴 수 있는지에 대한 뼈저린 교훈을 체험할 수 있는, 아니 그래야 하는 곳이다. 그것이 세계문화유산으로서 신주단지 모시듯 ‘관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화재의 올바른 계승일 것이며, 유물에 쌓인 먼지를 진정 털어내는 일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설령 그것이 우리 곁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우리의 문화재를 프랑스보다 더욱 먼 곳에 유배보낸 것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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