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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산책로 ◑

오늘의 고사성어 [채대고축 債臺高築 ]

by sang-a 2015. 12. 24.

 

채대고축債臺高築-  빚의 누대를 높이 쌓다.

                              빚이 지나치게 많다.

 

빚은 무섭다. "채무는 자유로운 인간을 노예로 만든다"는 서양 격언이 있다.

우리나라의 속담 "빚진 죄인 " 이 더 명확하게 와 닿는다.

빚진 사람은 빚 준 사람에게 죄인이나 종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구속받게 됨을

바로 표현했다.

그런데,

누대처럼 높이 빚이 쌓였다면 견디지 못하고 압사한다.

빚이 갚을길이 없을 정도로 많은 상태를 말하는 이 성어는 周(주)나라 왕의

이야기이니 고금 없이 , 지위고하 없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중국 고대 三代(삼대) 왕조 夏商周)중의 마지막 주나라는 말기 平王(평왕)때 이민족의

침입을 피해 落陽(낙양)으로 천도했다. 이때부터 東周(동주)시대라 하고

春秋時代(춘추시대, 기원전 770~403년)가 시작된다.

그러지 않아도 제후들이 왕의 권위를 하찮게 보고 있는 판국에 마지막 왕

赧王(난왕, 赧은 얼굴붉힐 난)은 나약하고 무능하기까지 했다.

각 제후국들은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다투는 중 秦(진)나라가 개혁개방을 통해

국력이 강해지자 자주 다른 나라를 괴롭혔다.

이 때 楚(초)나라 왕이 다른 제후국들과 힘을 합쳐 진나라를 정벌하자고 난왕에게 건의했다.

자신의 자리까지 위협당할 것을 두려워 한 난왕은 공격을 명했다.

국력이 약해진 터라 군비조달이 문제였다. 부호들에게 전쟁이 끝나면 높은 이자를 주기로 하고

빚을 얻어 군사를 동원했지만 그나마 초와 筵(연) 두 나라밖에 응하지 않았다.

정벌은 수포로 끝나고 빚만 남아 부호들이 갚으라며 궁궐로 몰려들었다.

난왕은 빚쟁이들을 피하여 궁궐 안의 놓은 누대에 숨어 지냈다.

주나라 사람들은 그 누대를 逃債臺(도채대) 또는 避債臺(피채대)라고 불렀다.

이 이야기는  '漢書(한서)' 諸候王表(제후왕표0에 실려 전한다.

 

제공: 안병화 (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