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일월산 `대티골 숲길`]
코끝 간질이는 솔내음…옛길 따라 발걸음도 정겹네
잊혀졌던 옛국도길ㆍ칠밭길…주민들 '생태치유길'로 복원
산마늘·섬초롱 산나물도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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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잘생긴 소나무들 사이로 길을 간다. 네댓 명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산길이다. 산길 치고는 가파르지 않고 넓다. 혼자 생각에 잠겨 걸어도 좋고 여럿이 수다 떨며 걸어도 나무랄 사람 없다.
소나무들은 줄기가 곧고 목재가 단단하기로 유명한 금강송이다. 바람에 실려온 솔향기가 기분 좋게 코끝을 자극한다. 경북 영양의 일월산 자락에 펼쳐진 '대티골 아름다운 숲길'이다.
'대티골 숲길'은 대표적인 오지인 경북 봉화 · 영양 · 청송과 강원도 영월을 잇는 49㎞의 도보길인 '외씨버선길'의 일부다. 외씨버선길은 조지훈 시인의 '승무'에서 이름을 따왔다.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돌아설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보선이여!' 산허리를 따라 휘어지고 돌아가는 숲길이 보일듯 말듯 드러나는 외씨버선의 아름다움,승무의 유장한 춤사위와 딱 맞아떨어진다.
숲길은 영양군 일월면 용화리의 윗대티골 입구에서 시작되는 옛국도길(3.5㎞)을 비롯해 옛국도길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칠밭길(0.9㎞),옛마을길(0.8㎞),댓골길(1.2㎞) 등 총 7.6㎞에 이른다. 다 걷자면 3~4시간은 잡아야 하지만 형편에 따라 짧게 걸을 수도 있어 편리하다.
옛국도길은 원래 영양군 일월면과 봉화군 재산면을 잇는 31번 국도였다. 일제가 산의 등줄과 목덜미를 잘라 길을 냈다. 일월산에서 캐낸 광물을 봉화 장군광업소로 실어가기 위해서였다. 해방 후에는 일월산의 우량목들을 베어내 옮기는 임도로 사용됐다.
수탈의 길,훼손의 길이었던 이 길은 잘 포장된 우회도로가 생기면서 잊혀졌다. 발길은 끊어졌고 길은 방치됐다. 금강송이 즐비한 옛국도길 중간에 서 있는 '영양 28㎞' 등의 빛바랜 이정표가 수탈과 훼손의 아픈 역사를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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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국도길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5~6년 전부터다. 대티골 사람들이 막히거나 무너진 숲길을 보수하고 정비해 생태 치유의 길로 가꾸면서다.
이들은 옛국도뿐만 아니라 댓골길,옛마을길,칠밭길 등을 '아름다운 숲길'로 되살려냈다. 길 중간중간에는 그네와 의자 등을 갖춘 쉼터를 만들고 이정표를 세웠다.
텃골,깃대배기,깨밭골,칠밭목,말머리등,샘물내기,왕바우골,그루목,쿵쿵목….길을 걸으며 만나는 이정표들은 얼마나 정겨운가. 칠밭목에서 외씨버선길은 오른쪽으로 이어지고,왼쪽으로 내려오면 대티골 숲길이 이어진다.
김종수 이장,권용인 대티골마을발전위원장 등 30여 가구 50여명의 주민들은 대티골도 자연치유 생태마을로 가꾸고 있다.
금강송과 황토로 집을 짓고 장작으로 불을 때는 황토구들방,영양 특산인 고추를 비롯해 산마늘(명이나물),두메부추,전호,눈개승마,섬초롱,쑥부쟁이,미역취 등 다양한 산나물은 이 마을의 자랑거리다.
마을 홈페이지(www.daetigol.com)에서 판매도 한다. 함께 씨 뿌리고 나물 뜯고,산채 음식을 만드는 풀누리농촌교육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산골의 봄은 다른 지역보다 한 템포 늦게 오지만 권용인 씨 집에서 차린 저녁상엔 봄이 가득하다. 산마늘과 전호나물,진달래 등이 어우려져 소박하지만 온 세상의 기운을 다 담고 있다. '풀누리 소반'이라는 이름 그대로 보고,먹고,숨 쉬는 것만으로도 생기가 돋아날 것 같은 생명의 밥상이다. 대티골 (054)682-7903
■ 여행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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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3~15일 서울 대치동 세택(SETEC)에서는 경상북도와 영양군이 '2011 대한민국산채박람회'를 연다. 산채요리 경연대회,자연요리 연구가 임지호 씨의 요리토크,한의사와 함께하는 산채효능 체험행사 등이 열린다.
영양=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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