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알고가면 더 좋다 ◑/산

인제 . 속싹이는 자작나무 숲

by sang-a 2014. 4. 23.

    3.5㎞ 탐방로 옆엔 야생화도 한창…

    시간은 숲 안에서 정지되고, 바닥에 누인 팔다리는 나무뿌리가 되어 자연과 하나 된다

    자작나무는 하얗고 매끄러운 외모를 지녀‘숲의 여왕’이라 불린다. 순백의 줄기와 싱그러운 초록잎이 한데 어우러진 강원도 인제 자작나무 숲에 들어서는 순간, 심신에 쌓인 시름과 피로가 깨끗이 풀린다

     

    시베리아를 무대로 한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멋진 자작나무숲이 우리나라에도 있다.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에 있는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이다.

    그 숲에 머무는 동안에도 우리나라의 풍경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국적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하얀 자작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선 숲길을 걷다 보면 온갖 시름과 피로가 말끔히 씻어지는 듯하다.

    자작나무는 추운 지방에서 잘 자란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에서 주로 볼 수 있다.

    태백 삼수령이나 평창 대관령을 자동차로 넘다 보면 산기슭에 빼곡하게 들어선 자작나무숲이 눈길을 끈다.

     워낙 가파르고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어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는 점이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먼발치에서 눈으로 감상하는 숲이 아니다.

    산책로를 따라서 울창한 숲을 가로지르며 잘 자란 자작나무들을 쓰다듬어 보거나 안아볼 수 있어

    자작나무숲의 매력을 오감(五感)으로 즐기는 곳이다.

    이 자작나무숲은 원래 인제국유림관리소가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1974~95년 자작나무 138ha를 조림한 곳이다.

     2008년 숲의 일부를 '숲속유치원'으로 꾸며 아이들이 숲선생님과 함께 타잔 놀이, 외나무다리 걷기,

    꽃 이름 알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해놓았다.

    근래에 이곳이 TV와 사진가들을 통해 알려지면서 일반 탐방객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숲을 관리하고 있는 인제국유림관리소도 탐방객을 유치하고 숲을 보호하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여름에는 자작나무숲으로 들어가는 임도의 위험 구간을 정비하고 야외 교실,

    작은 연못, 수목 표찰 등 체험시설을 확충하는 공사를 마무리했다.

    자작나무숲에 가려면 약간의 발품을 팔아야 한다. 초소에서 숲까지 3.2㎞ 구간은 걸어 들어간다.

    초소를 지나자마자 언제부턴가 자작나무숲 길잡이견을 자처하고 있는 진도개 두 마리가 나타나

    탐방객들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길을 안내한다. S자 모양으로 구불거리는 임도는

    콘크리트 포장도로와 파쇄석이 깔린 길 그리고 운치 좋은 흙길이 번갈아 나타난다.

    양쪽 길가에는 활엽수가 울창하고 길섶에는 물봉선, 마타리, 당귀, 동자꽃, 닭의장풀,

     층층이꽃, 거북꼬리 등 야생화가 한창이다.

    한 시간 정도 임도를 걷다 보면 왼쪽에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이 새겨진 나무 조각상이 보인다.

    조각상 뒤로 새하얀 줄기에 싱그러운 초록 잎이 우거진 자작나무숲이 펼쳐진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멋진 자작나무숲이 있다니! 사람마다 탄성을 지른다.

    숲이 울창해서 한 무리의 탐방객들이 자작나무들 사이로 빨려 들어간 듯이 금세 사라지고 만다.

    숲 속에는 세 개의 탐방로가 있다. 1코스인 자작나무코스(0.9㎞), 2코스인 치유코스(1.5㎞),

    3코스인 탐험코스(1.1㎞)이다. 총길이 3.5㎞의 이 탐방로는 한 사람만 걸을 수 있는 너비여서

     아늑하고 조붓한 느낌을 준다.

    숲 한가운데에는 작은 쉼터와 광장이 마련돼 있다. 광장에는 숲속유치원 시설인 자작나무 그네와 정글,

    외나무다리 등이 놓여 있다. 탐방객들은 나무 그네에 매달려 보기도 하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보기도 한다.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어른들의 웃음 띤 얼굴이 아이처럼 해맑다.

    숲은 휴대전화조차 터지지 않는 두메여서 잠시나마 번잡한 세상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쉼터에 자리를 펴고 한참 동안 앉아 있어도 조급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간간이 비치는 햇살이 새하얀 수피(樹皮)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다.

    바닥에 누워 따사로운 가을볕이 얼굴을 간질이는 느낌도 즐겨 본다. 시간은 숲 안에서 정지되고,

     바닥에 누인 팔다리는 나무뿌리가 되어 자연과 하나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한다.

     

    여행수첩

    트레킹코스: 원대리 산림감시초소~위쪽 임도(원정도로)~자작나무숲~아래쪽 임도(91원대)~초소(순환코스,

    자작나무숲에서 아래쪽 임도를 거쳐 초소로 되돌아오는 거리는 약 5㎞)

    찾아가는 길: 경춘고속도로를 거쳐 춘천동홍천고속도로 동홍천IC에서 44번국도를 타고 인제 방면으로

    향해 가다가 남전교를 지나기 직전에 우회전하여 인제종합장묘센터를 지나 10분 정도 더 가면 오른쪽에

    아이올라펜션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 뒤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원대산림감시초소가 나온다.

    초소에서 5분 정도 걸으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원정도로(자작나무숲) 방향으로 간다. 3.2㎞쯤 가다보면

    왼쪽으로 자작나무숲이 보인다. 초소 부근에 주차 공간이 있다.

    맛집: 원대리에 있는 원대막국수(033-462-1515)는 소문난 맛집이다.

    아이올라펜션(033-463-5334)은 주인장이 직접 기른 유기농채소와 나물로 산채비빔밥을 내놓는다.

    주소·문의: 강원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 산75-22번지, 인제국유림관리소(033-460-8036)

'◐ 알고가면 더 좋다 ◑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남 두륜산  (0) 2014.06.28
태안반도 솔향기길  (0) 2014.05.20
대티골 숲길  (0) 2014.02.23
일월산 대티골 숲길  (0) 2014.01.23
대관령 옛길  (0) 2013.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