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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산책로 ◑

술에 관한 옛시조

by sang-a 2018. 4. 8.


술에 관한 옛 시조


재너머 성권농 집에 술 익단 말 어제 듣고

누운 소 발로 박차 언치 놓아 지즐 타고

아해야 네 권농 계시냐 정좌수 왔다 하여라 -정 철


벼슬을 저마다 하면 농부할 이 뉘 있으며

의원이 병 고치면 북망산이 저러 하랴

아해야 잔 가득 부어라 내 뜻대로 하리라 -김창업


꽃피면 달 생각하고 달 밝으면 술 생각하고

꽃피자 달 밝자 술 얻으면 벗 생각하네

언제면 꽃 아래 벗 데리고 완월장취 하려뇨 - 이정보


짚방석 내지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불 혀지마라 어제 진 달 돋아온다

아이야 박주산챌 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한석봉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소

내 집에 꽃피거든 나도 자네 청하옴세

백년 덧시름 잊을일 의논코자 하노라 -김 육


대추볼 붉은 골에 밤은 어이 뜻 들으며

벼벤 그루에 게는 어이 내리는고

술익자 체장수 돌아가니 아니 먹고 어이하리 -황 희


공명이 그 무엇인가 욕된일 많으니라

三盃酒(삼배주)一曲琴(일곡금)으로 사업을 삼아두고

이 좋은 태평연월에 이리저리 늙어리라 -김천택


주인이 술 부으니 객을랑 노래하소

한잔 술 한 곡조씩 새도록 즐기다가

새거든 새 술 새 노래를 이어 놀려 하노라 -이상우


오늘이 무슨 날이 노부의 현고신이로다

술 빚고 벗 있는데 달이 더욱 아름다워

아희야 거문고 청쳐라 취코 놀려 하노라 -정내교


술이 몇 가지요 청주와 탁주로다

다 먹고 취할선정 청탁이 관계하랴

달 밝고 풍청한 밤이어니 아니 깬들 어떠리 -신 흠


잔들고 혼자 앉아 먼 뫼를 바라보니

그리운 님이 오다 반가움이 이러하랴

말씀도 웃음도 없어도 못내 좋아 하노라 -윤선도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는듯 누웠는다

홍안은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는고

잔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허 하노라 - 임 제


술을 취케 먹고 두렷이 앉았으니

억만 시름이 가노라 하직한다

아해야 잔 가득 부어라 시름 전송하리라 -정태화


엊그제 덜 괸 술을 질동이에 가득 붓고

설 데친 무우 나물 청국장 끼쳐 내니

세상에 육식자들이 이 맛을 어이 알리요 -김천택


청류벽에 배를 매고 백은탄에 그물 걸어

자님은 고기를 눈살 같이 회쳐 놓고

아희야 잔 자로 부어라 무진토록 먹으리라 -윤 유


술 깨어 일어 앉아 거문고를 희롱하니

창 밖에 섰는 학이 즐겨서 넘노는다

아해야 남은 술 부어라 흥이 다시 오노매라 -김성채


태백이 술 실러 가더니 달 지도록 아니 온다

오는 배 귄가 보니 거물 실은 어선이로다

아희야 잔 씻어 놓아라 하마 올 까 하노라 -작자 미상


적설이 다 녹도록 봄 소식을 모르더니

귀홍은 득의 천공 활이요 와류는 심생 수동요라

아이야 새술 걸러라 새봄맞이 하리라 -김수장


거문고 술 꽂아 놓고 호젓이 낮잠든 제

시문 견폐성에 반가운 벗 오도괴야

아해야 점심도 하려니와 외자 탁주 내어라 -김창업


도화는 흩날리고 녹음은 퍼져 온다

꾀꼬리 새노래는 연우에 구을거다

맞추어 잔 들어 권하랄 제 담장 가인 오도다 -안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