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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을 기록하다 ◑

쉼표

by sang-a 2012. 6. 6.

 

30도를 오르내린다고 하는 한 여름 날씨로 걸음을 떼는 것조차 숨이 가쁘다.

또 다른 친구와 만나기 위해 친구와 의정부로 향하는 지하철을 탔다.

빈 자리 하나 있어 막 앉았는데 저 만치 어르신이 보인다.

 

친구가 웃으면서

"너 환자인데 서서 가서 어쩌냐? 그런데, 왜 이렇게 노인들이 많은거야?"

귀에 대고 속삭인다.

"어허"

실언이라도 했다는 듯이 친구에게 눈총을 주며 적당한 자리에서 몸의 균형을 잡아 본다.

그렇다.

시간과 노선에 상관없이 요즈음은 지하철에 어르신들이 많다.

건강관리에 힘쓰는 등산객들 중에도 어르신들이 많아

경로우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이다.

문득 나의 훗날 모습을 상상해 본다. 푸훗~~~~쩝~!

 

흉이 될것도 없는 우리의 생활 이야기들이 편하게 오가는 사이 코흘리개 아이가

자라서 남자친구가 생기고 만난지 5일만에 뽀뽀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 한 켠에 생겼던

자기 감정을 대신 표현하란다.

"나 요즘 오메가 3 먹고 있어"

"나도 철분제 먹고 있잖아"

"홍삼 주문하려고, 기운없어서"

"집에가면 살림도 하기 싫다니까"

대한의 남편들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다.

 

낮은 숲 그늘에 우리들은 자리펴고 앉았다.

언제나 나를 온실녀라 말하는 그녀들은 나이가 들면 억세지기도 한다는데 

그렇지 못함을 세상에 팔아버려야 한다고 질책한다.

그녀들은 내게서 여전사의 모습이라도 보고 싶은 모양이다.

계곡에 물 흐르는 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이렇게 다리 펴고 뽕잎 달인 물이라며

건네는 친구로 인하여 뙤약볕이 무색해지고 기약없이 행복하기를 약속하자는

그녀들의 수다가 바람보다 더 상쾌하다.

동창은 많으나 친구는 찾기 힘든 세상.

그래도 나의 주변엔 좋은 사람이 많다.

나의 삶에 대한 분노로 더러는 억울하다 못난 외침으로 울먹일때도 있지만

내안의 분노와 타협하지 않으며 살기로 늘 다짐해 본다.

 

돌아오는 길에는

피곤한 나를 위해 빈 자리가 있었다.

어쩌면

하늘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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