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민 병 도
새벽부터 스멀스멀 안개가 숲을 먹는다
오래 굶은 짐승처럼 산을 통째 먹는다
길 없는 길을 걸어와 마을마저 삼킨다
몽유의 붉은 혀가 기갈을 다 채울 무렵
슬픔이 두려운 비폭력 평화주의자처럼
민초의 뜨거운 피도 잠시나마 안는다
하지만 삼키지 못한 맑은 물소리 앞에
함부로 뺏앗은 들과 길을 도로 뱉어 놓고
깃발도 꽂지 못한 채 점령지를 철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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