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사성어 [ 가도멸괼 假途滅㶁 ]

 

가도멸괵 (假道滅㶁)

 

[거짓 가, 길 도, 멸할 멸, 범발톱자국 괵 ]- 길을 빌려 괵을 멸망시키다

 

사람의 관계가 아주 밀접할 때 '바늘 가는데 실 가고 , 바람 가는 데 구름 간다'는 비유를 한다.

바늘과 실같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의 고사와 같다.

나라 간의 입술과 이와 같은 관계가 춘추시대 때 소굴이엇떤 괵나라와 우나라였다.

두 나라는 형제국이라 이우스이 강국 진이 호시탐탐 노릴 때 힘을 합치는 사이였다.

괵이라는 어려운 글자는 '나라 이름, 범발톱자국 괵'인데 이 성어 외에는 쓰임이 적다.

 

공자가 편찬한 "춘추"에는 누석서로 춘추삼전(春秋三傳)이 있는데 공양전, 곡량전, 그리고 좌씨전이다.

그중 좌구명 左丘明이 역사적 실증적 해석을 중심으로 지은 좌씨전은 좌전이라고도 하고 이 이야기는

여기에 실려 있다.

주흥사가 지은 천자문에도 '길을 빌려 괵나라를 멸망시키고 천토에 모여 맹세했다 란 구절이 있다.

춘추오패의 한 사람인 진문공의 아버지 헌공이 왕위에 있을 때였다. 헌공은 괵나라를 치려 하는데

좋은 계책이 없을까 대부 순식을 불러 물었다.

이에 우공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진나라의 명마인 굴산지마屈産之馬 네마리와 구슬 수극지벽

垂棘之璧을 보내 환심을 산 뒤 길을 빌려달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고 대답했다.

사신으로 온 순식에게서 진 헌공이 우나라에 길을 빌려 괵나라를 치려 가도어우이벌괵 하다는 말을

듣고 우공은 화를 냈지만 가져온 선물을 보자 단번에 마음이 흔들렸다.우의 책사 궁지기가

극구 간했다.

괵이 망하면 우도 망합니다. 덧방나무 (바퀴살의 힘을 돕는 나무)와 수레는 서로 의지하고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립니다.

우공이 간언을 듣지 않고 길을 빌려주자 궁지기의 우려대로 괵을 멸하고 돌아가던 진나라 군사는

단숨에 우를 공략했다.

 

유래한 고사도 그렇지만 원래 가까운 이웃 나라가 망하면 다른 나라도 온전하기 어렵다는 비유였다.

임진왜란때 왜(倭) 명 (明)을 정벌한다며 길을 비키라는 정명가도(征明假道)요구를 송상현(宋象賢)

동래부사가 戰死易 假道難(전사이 가도난) /싸워서 죽기는 쉬우나 길을 빌려주기는 어렵다며 단칼에 거절한 것도 조선이 왜군 흑심을 꿰뚫어보았기 때문이다.

동래읍성 전투를 지휘했던 송상현 공의 수자기(帥字旗)가 도시철도 4호선 수안역 안 바닥에 새겨진것을 모르고

밟고 지나다닌다는 보도가 있었다.

고의 정신과 충절을 기리는 조칙 있어야겠다.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