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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 & 예술 ◑

석굴암관세음의 노래 / 서정주

by sang-a 2014. 4. 15.

 

 

석굴암관세음의 노래 /  서정주

                                                          
그리움으로 여기 섰노라

호수와 같은 그리움으로.


이 싸늘한 돌과 돌 사이

얼크러지는 칡넝쿨 밑에

푸른 숨결은 내 것이로다.


세월이 아조 나를 못 쓰는 티끌로서

허공에, 허공에 돌리기까지는

부풀어오르는 가슴 속에 파도와

이 사랑은 내 것이로다.


오고가는 바람속에 지새는 나날이여.

땅 속에 파묻힌 찬란한 서라벌,

땅 속에 파묻힌 꽃 같은 남녀들이여.


오∼ 생겨났으면, 생겨났으면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이

천년을 천년을 사랑하는 이

새로 햇볕에 생겨났으면.


새로 햇볕에 생겨나와서

어둠 속에 날 가게 했으면.

사랑한다고사랑한다고…

이 한 마딧말 님께  아뢰고

나도 인제는 바다에 돌아갔으면!


허나, 나는 여기 섰노라.

앉아 계시는 석가(釋迦)의 곁에

허리에 쬐그만 향낭(香囊)을 차고

이 싸늘한 바윗속에서

날이 날마다 들이쉬고 내쉬이는

푸른 숨결은

아, 아직도 내 것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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