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문학 & 예술 ◑

서편제 1

by sang-a 2016. 1. 3.


칠흑같이 으시시 한 밤에 비는 구질 구질 하게 내리는데 무엇을 할까 ?

두부 김치나 만들어 청송 막걸리나 한 병 마셔볼까 ?
아니면 오징어를 살짝 데쳐 가지고 와사비장에 찍어서 쐬주나 마셔 볼까 ?
이것도 저것도 다 귀찮으면 땅콩이나 한 봉지 사다가 맥주나 두어병 마시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청승맞고, 가장 끈적 끈적하고, 가장 을씨년스런 음악이나 들어 볼까 ?
 
막걸리, 쐬주, 맥주, 두부김치, 오징어, 땅콩 !
우리집 주변에 먹을 거리가 별로 없다면 적어도 이런 고민에서는 탈피할텐데, 뭐 밖에만 나가면
뭔 노매 술 종류하고 먹을거리가 그렇게도 많은지 고민을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결국 누룽지 막걸리 한 병 사다가 놓고 이 세상에서 가장 을씨년스럽고 청승맞은 김수철의
서편제 주제곡 " 천년학 " 과, 태백산맥 주제곡 " 돌아눕는산 " K.B.S 뭔 드라마드라...
하여간 뭔 드라마인지 몰라도 그 드라마 주제곡 " 숙명 " 을 비롯하여 아쟁과 대금을 
주 악기로 사용한 음악 " 한 " 과, " 이름 모를 새 ", " 잊을 수 없어요 " 내리는 비 " ,
" 별리 " 등등을 궁상맞게 듣다가 성이 차지 않아 " 서편제 " 라는 영화를 비디오를 통해서 보았다
 
"서편제" 라는 영화와 천년학이라는 주제음악을 들으면서 몇 방 찍은 사진을 여기에 올려본다
 
때는 일제시대가 한참 진행중인 1930년대 중반쯤인가...
대충 시대 배경은 그러한것 같은디, 소리꾼 김유봉(김명곤)은 농사일도 하면서 술집이나
동네 잔치집을 돌며 소리푼을 팔아 하루 하루를 근근히 살아가는 이름없는 소리꾼이다
 
동호(김규철)가 너댓살쯤 되던해, 동호의 어머니는 어느 바닷가 마을의 뜨거운 여름 햇볕 아래서
콩 밭을 매고 있었는데, 마침 육짜배기 소리를 아주 구성지게 흥얼거리며 지나가던
유봉(김명곤)을 보고는 넋이 빠진체 바라보며 살짜기 숨어서 듣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을 통해 이사람이 마을 대갓집 잔치에 불려온 소리꾼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금산댁은
유봉과 정을 통한다음, 아들을 데리고 김유봉(김명곤)과 함께 마을을 떠난다  
그리고 유봉은 자신의 양딸 송화(오정혜)와, 금산댁의 아들 동호(김규철)와 함께 새 삶을 꾸린다
 
그러던 어느날 금산댁이 아이를 낳다 금산댁과 아이, 둘 다 죽자, 유봉은 자신의 양딸
송화(오정혜)와 동호(김규철)을 데리고 이 마을 저 마을로 떠돌며 소리품을 팔러 다닌다  
 
여기서 갑자기 장면이 뒤바뀌면서 세월은 많이 흘러 있었고, 동호는 이미 어른이 되어 있었다
이미 어른이 되어 있는 동호는 누이 송화(오정혜)를 찾기위해 자신이 살았던 전라도 보성땅으로
돌아온다. 보성 소리재 주막에 들려 아직까지 주막을 지키고 있는 세월내와 인사를 나눈뒤,
세월내에게 판소리를 청해 들으며, 송화의 모습이라도 느껴 보려는듯, 판소리를 청해 듣는다
그리고는 어렴풋한 옛 회상에 잠긴다
 
다시 장면은 바뀌어 아버지 유봉에게 소리를 배우던 시절로 돌아간다
그때 아버지 김명곤은 소리에 완전히 미쳐 가지고 틈만 나면 북채를 들고 지글지글 하도록 소리를
가르쳐 주는데, 동호는 어린 마음에도 어머니를 죽게 만들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듯 했다
 
지금 장면은 " 아리 아리랑 ~ 쓰리 쓰리랑 ~ 아라리가 나았네에 ~ 에헤 에헤 ~ "
하는 대목인데 아이들이 " 에헤, 에헤," 하는 대목에서 계속 " 에에 ~ 에에 ~ " 하니까
뿔따구난 유봉은 목청을 높이면서,
"에에 ~ 에에 ~" 가 아니라 " 에헤, 에헤, 알아써 ! 다시 해바 ! "
그래도 여전히 아거들이 에에 ~ 에에 ~ 하니까 뿔따구가 머리 끝까지 난 유봉은
 
아이들에게 계속 연습을 시키고 자신은 마당에서 소일거리를 하고 있었다
동호는 북채를 잡기 싫어 가지고 건성 건성 치는 폼이 진짜 뿔따구가 날 만한 일이지만
뭐 어쩌것는가...
살살 달래 보다가 안되면 통사정도 해 보다가, 북치듯이 패잡다가, 그래도 안되면
살 살 구슬러서라도 가르켜 주어야지
한데 매일같이 주린복창 쓸어앉고 소리 배워 봐야 뭐혀 ! 
겨우 소리푼이나 팔면서 근근히 목숨만 유지 하고 있을 뿐인디...  
 
금천댁도 죽고 결국 홀애비가 되어 아이들을 데리고 또 길을 떠난다
이 마을 저 마을로 돌아다며 소리푼이라도 팔아야 목에 풀칠이라도 하지
근디 목에 풀칠을 하기 위해 소리를 한 다면, 그것은 유봉에게는 죽음보다도 더 치욕스런 일이였던
것이다. 그지 그지 상그지 주제에 자존심은 있어 가지고..
 
동호가 누이 송화에게 이깟 소리를 해봐야 뭐 하냐고 아버지에게 불평을 늘어 놓는다
하지만 송화는 오갈데 없는 자신들을 거두어준 아버지한테 그러면 안 된다고 점잔케 타이른다
 
어느날 요정으로 소리푼을 팔러 갔는데, 동호 저눔 북채 들고 하는 꼬라지좀 봐라 !
저렇게 북채를 들고 눈치나 슬슬 살피고 있으니, 저래 가지고 언제 북 고수가 될 수 있겠나 ?
하긴 요정에서 아니꼬운놈들이 순전히 자기네 놀이개감 정도로 생각을 하고 있으니
꺼림칙스럽고 찝찝하지만, 어쩌것나 ! 목구녁이 포도청인데... 
 
근디 이 자슥들은 소리를 청해 들었으면 박수나 쳐 주고 칭찬이나 해 주고 말지
뭐 불러다가 술 시중까지 들게 하고 있으니, 동호가 북칠 맛이 나겠나 ?
하여간 요정을 드나드는 색끼들은 다 저 지랄들이라니까
 
결국 하는 꼬라지를 보다 보다 못해, 뒤집어 엎어버리고 다시 길을 떠나는 유봉과,송화, 그리고 동호
 
이번에는 어느 약장수 패거리들에게 들러 붙어 소리를 해주고 약까지 팔아 주고 있는 송화 !
송화가 목청껏 소리를 하고 있을때, 동호는 또 눈치나 살살 보면서 건성으로 북을 치고 있었으니
막걸리집에서 술이나 퍼 마시고 있던 유봉이 뿔따구가 머리 끝까지 오르는것은 당연한 일 !  
 
결국 뿔따구가 머리 끝까지 오를데로 오른 유봉은 밤 늦은 시간, 숙박집에서 동호에게 큰 소리로
호통을 친다
 
" 야 이눔아 !
이 북이라는 것이 소리하고 음량이 맞아 어울어져야지
그러케 씨도 때도 없이 뚜두럭 거리는거시 북치는 것이냐 ?
쇠가죽 두두리는 거시지
자동차가 길을 달리려면 길이 잘 닦여 있어야 할게 아녀
아 그거처럼 북 장단하고 추임새를 소리 길을 바꿔 줘야 한 단 말이여 !
일년이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듯이
이 북도 밀고, 달고, 맺고, 푸는....그런 길이 있다고 및번이나 말을 했냐 말이여 !
중머리를 칠려면 말이여....밀고...달고....맺고....풀고....알겠냐 ?
그러구....추임새를 할적에는 말이여..이 소리가 나가다가 숨이 딸려가지고 소리가 쳐진다 시프면은...
얼씨구....아...이렇게 치면서 소리를 부추겨 줘야 할것 아녀 ?
그러구...소리가 슬프게 나갈적에는 북 가락도 줄이고 추임새를 아이이이 ~~
소리가 씩씩하게 나갈적에는 북도 그냥 크게 치고 얼씨구...조타...
아...이렇게 해야 할거 아녀 이놈아 !
이 춘향가에 장단이 천 개가 있다면은 이 천개를 수~천번이고 수~ 만번이고 쳐 가지고
이 장판지에 들기름 쩔듯이 그냥 이 몸뗑이 속에 북 가락이 꽉 껴있어야 된단 말이여 이놈아 ! "
 
이렇게 소리를 버럭 버럭 지르고 있을때 옆 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약장수 부부도
승질이 머리끝까지 올라 씩씩 거리며 쫓아와 뿌렸다
그러고는 대뜸 하는 말이
 
"잠 좀 자자구....그 눔에 술 주정도 하루 이틀여야지...지겹다 !  지겨워 ! "
 
" 으흐험, 나도 느이들 따라 다니면서 소리 팔아 먹는건 지겹다 ! 지겨워 ! "
 
이때 약장수 마누라가 갑자기 툭 튀어 나오며 앙칼지게 대거리 한다
 
" 아이고오...그 눔에 알량한 소리 갖고 되게 유세하고 자빠졌네 ! "
" 뭐야 ! "
" 지겨우면 그만 두면 될거 아녀 ! "
" 그래 ! 그만 둘란다 ! 그 더러운놈에 밥 안 먹으면 그만 아녀 ! "
" 그래 ! 아예 생각 잘했다. 안 그래도 딴 사람으로 바꿔 칠려고 하던 참인데..."
" 당장 짐 들 싸 ! "
 
이래 가지고 결국, 그 약장사 패거리들과 대박 터지게 싸우고
또 셋이 이 마을 저 마을 돌아 다니며 유랑을 계속한다
 
어느 마을길을 가다가 또 셋이 끌어안고 어우러져 한 바탕 소리판을 벌린다
 
문겨엉 ~  세에재에는 웬 고오개엔가아 ~ 굽이야 ~ 굽이 굽이가 눈무울이 나안다
노오다 가세에 ~ 노오다 가세 ~ 저 달이 떴다 지도록 노다아 가세에 ~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낫네에 ~ 에헤 에헤 ~
아리랑 으음~ 흐음 ~ 흐음 흐음 ~ 아라리이가 나앗네에 ~
 
사안천 초오모옥은 달이 달달 변해두오 ~ 우리드을 먹은 마아음 벼언치이 ~ 말자
만겨엉 창파에 두둥둥 뜨은 배에 ~ 어기 여어차 어야 뒤어라아 ~ 노오를 저어라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나앗네에 에헤 에헤 ~
아리라앙 으으 ~ 흐음 ~ 아라리이가 나앗네에 ~
 
서사안에 ~ 지이는 해는 지고 싶어서 지이며 ~  날 두오고 가는 니임은 가고 시이퍼 가아나
청처언 하느을엔 자안 벼얼도 마안코 ~ 우리네에 마음 소옥에엔 수우시임도오 마안타 ~
 
왜에 와았더언고오 ~ 왜에 와았더언고오 ~ 우울고나 가알기일 ~ 왜에 와았 더언고오 ~
 
아리 아리랑 ~ 쓰리 쓰리라랑 ~ 아라리가 나앗네에 ~ 에헤 ~ 에헤 ~
아리라앙 ~ 으음 ~ 흐음 흐음 ~ 아라리이가 나앗네에 ~
 
약장수와 박터지게 쌈박질한 다음, 보따리 싸가지고 또 길을 나서면서 이런 노래를 부르며
가고 있었다
 
- 2부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