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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가면 더 좋다 ◑/산

하동 토지길

by sang-a 2016. 4. 23.

Korea Travel | 남도 백패킹 ① 하동 슬로시티 토지길
꽃 피는 속도로 느긋하게 걸으시라
2014년 04월 14일 18:10:03 글·사진 편집부 webmaster@outdoornews.co.kr

하동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봄꽃 여행지다. 하동 땅에 봄바람이 일렁이면 산 따라 강 따라 벚꽃과 철쭉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하동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한 ‘스토리가 있는 문화생태 탐방로’ 사업을 통해 조성된 ‘하동 토지길’이 있다. 두 발로 하동 땅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는 이 길은 하동이 슬로시티로 인증 받은 후 다시 ‘슬로시티 토지길’이라는 이름으로 변경됐다. 슬로시티 토지길은 총 3개 코스로 하동 악양면 평사리와 화개면 그리고 섬진강변을 중심으로 조성돼 있다.

   
▲ 고소산성에서 바라본 악양 들판과 섬진강.


악양 들판이 한눈에 잡히는 고소산성

슬로시티 토지길 1코스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그러나 사실 토지에 등장하는 하동 악양은 지명만 같을 뿐 허구의 공간이다. 소설을 구상 중이었던 박경리는 악양을 지나가는 길에 드넓은 평사리 들판을 보고 이곳을 소설의 배경으로 삼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현재 평사리에 있는 최참판댁은 드라마 <토지>의 세트장으로, 소설 속 내용을 최대한 반영해 만들어진 것이다.

   
▲ 섬진강변의 백사장과 붉은 동백꽃.


   
▲ 최참판댁에서 조씨 고택이 있는 상신마을로 이어지는 슬로시티 토지길 1코스.


토지길 1코스는 평사리공원에서 시작해 평사리 들판~동정호~고소산성~최참판댁~조씨 고택~취간림~악양루를 거쳐 다시 공원으로 원점 회귀하게 된다. 토지길이 시작되는 평사리공원은 옛 개치나루터다. 평사리공원에서 19번 도로를 건너면 지리산 자락이 품은 평사리 들판, 일명 ‘무딤이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벚꽃이 지고 나면 푸르디푸른 청보리밭 바다로 변할 터. 풍요와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평사리 들판은 소설의 만석꾼 최치수 집안이 대대로 권세를 누리고 살았을 법한 곳이다.

   
▲ 어느 집 대문 앞에 하염없이 떨어진 동백꽃.

토지길은 길 위에 그려진 노란색 화살표를 따르면 된다. 그러나 평사리 들판에선 바닥을 내려다볼 필요가 없다. 들판 가운데 나란히 선 소나무 두 그루를 향해 걸으면 되기 때문이다. ‘부부송’이라고 불리는 이 소나무는 평사리 들판의 상징이다. 토지가 알려진 이후에는 각각 서희나무, 길상나무라고 불리기도 한다.

부부송을 지나 계속 들길을 따라가면 호수가 있다. 중국의 동정호와 닮아 이름 붙여진 악양의 동정호다. 고소산성에 올라야 동정호의 모습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너른 들 사이에 호수가 자리 잡은 것이 신기하다. 동정호를 지나면 최참판댁 입구 삼거리다. 여기서 최참판댁으로 곧장 가거나 한산사 이정표를 따라 고소산성에 오를 수 있다.

고소산성은 섬진강과 평사리 들판을 품은 악양면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최고의 전망대다. 한산사를 지나 20~30여분 산길을 오르면 산성 윤곽이 드러난다. 성벽에 올라서면 이제껏 걸어온 길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소나무 그늘 아래 앉아 바람을 맞으며 보는 조망도, 눈앞에 펼쳐진 풍경도, 모두 시원하기만 하다.
 

   
▲ 쌍계사 부근에 있는 차시배지.


고소산성에서 형제봉 방향으로 5~10분 정도 가다보면 최참판댁 이정표가 나온다. 5월에는 철쭉이 산 전체를 붉게 물들이기 때문에 그대로 형제봉까지 산행을 이어가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상평마을 언덕 위에 있는 최참판댁은 한옥 14동과 초가집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 옛 시골풍경을 자아낸다. 특히 사랑채에는 최참판 대신 ‘명예참판’ 감투를 쓴 현장직원이 자리해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 악양 들판에 있는 동정호.


   
▲ 고고한 멋과 분위기가 나는 조씨 고택.


슬로시티 토지길은 사랑채 뒤쪽 마을 농로를 따라야 한다. 소설과 드라마에 등장하는 최참판이 아니라 실제로 악양의 만석꾼 집안이었던 고즈넉한 조씨 고택으로 가는 길이다. 상신마을까지는 돌담길이 미로처럼 이어진다. 이정표가 없기 때문에 길바닥의 노란 화살표나 표지기를 잘 따라야 한다.

180년 전 소나무를 쪄서 16년 동안 지었다는 조씨 고택은 흔히 ‘조부잣집’으로 불린다. 동학혁명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불타 본채와 아래채만 남은 지금의 모습이 됐지만 여전히 고고한 멋과 분위기가 풍긴다. 조씨 고택을 나와 악양면사무소 방면으로 가다 보면 취간림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500년 된 향나무가 있는 취간림은 지난 2000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마을숲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취간림을 지나면 길은 다시 평사리 들판으로 이어진다. 토지길 1코스는 4~5시간 정도 걸린다.

   
▲ 과수원에 핀 배꽃.


섬진강 따라 이어지는 꽃길
슬로시티 토지길 3코스 역시 평사리공원에서 시작된다. 이 길은 섬진강 백사장과 19번 국도를 따라 화개로 이어진다. 그 이름처럼 꽃이 만발하는 길이다. 봄부터 산수유·매화·벚꽃·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꽃 피는 계절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아름다운 강이라는 섬진강을 끼고 있어 걸을수록 웃음꽃이 피어나는 길이다.

   
▲ 500년 된 향나무가 있는 취간림은 지난 2000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마을숲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 봄기운이 가득한 작은 개울.

3코스는 전라남도 광양으로 넘어가는 남도대교에서 끝나지만 토지길은 끝이 아니다. 남도대교 부근은 바로 화개장터가 들어선 곳이기 때문이다. 슬로시티 토지길 2코스는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를 거쳐 불일폭포로 이어진다.

섬진강을 사이에 둔 전라도와 경상도 사람들은 예부터 화개장터에서 교류를 해왔다. 김동리의 소설 <역마>에는 온갖 떠돌뱅이들이 모이는 곳으로 묘사됐지만 지금은 타지에서도 일부러 발품 팔아 찾아오는 하동의 명소다. 하동의 별미인 참게와 은어를 안주 삼아 막걸리 마시기에도 좋다.

화개장터를 지나 쌍계사로 이어지는 길은 그 이름도 유명한 ‘십리벚꽃길’이다. 일제강점기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를 잇는 신작로가 개설된 당시, 이 지역 주민들이 직접 벚꽃나무를 심은 것이 지금의 벚꽃길이 되었다고 한다. 이 낭만적인 길을 따라 쌍계사로 올라가다 보면 신라 때 당나라에서 차 종자를 가지고 와 심었다는 차시배지가 나온다. 흔히 차는 전라도 보성을 먼저 떠올리지만, 차시배지는 하동이라고 한다. 쌍계사 입구는 온통 차밭이다. 5월에 절정을 이루는 푸른 차밭은 4월의 벚꽃만큼이나 유명하다.

   
▲ 아침 햇살이 비치는 쌍계사 십리벚꽃길.


   
▲ 천연기념물 제445호로 지정된 하동 송림.



TIP
슬로시티 토지길
슬로시티 토지길은 소설 <토지>의 배경인 악양을 구석구석 돌아보는 1코스와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오르는 2코스, 섬진강과 19번 국도를 따라 남도대교로 이어지는 3코스로 조성돼 있다. 각 코스별 소요 시간은 4~5시간으로, 1코스의 일부 구간을 제외하곤 대부분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다만 모든 코스가 그늘이 없어 모자를 꼭 착용하는 것이 좋다. 화개에서 쌍계사행 버스는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1시간에 1대꼴로 운행된다. 평사리공원은 대중교통이 없으므로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