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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화. 지금 절정을 이루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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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엔 후텁지근하면서 한여름 같은 날씨다. 벌써 시원한 곳이 그리워진다.
문득 이맘때, 그것도 바닷가에 주로 피는 꽃이 떠오른다. 해당화다. 해당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향기를 퍼뜨리고 있는 남도땅 영광으로 가본다.
영광은 불교가 전해진 곳이고, 원불교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바닷가의 해당화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느낌이 든다. 해당화는 장미과에 속하는 식물. 줄기에 가시가 많고 꽃 모양도 언뜻 보기에 장미처럼 생겼다. 바닷가나 모래땅에서 주로 자란다. 5월부터 7월 사이에 짙은 홍색의 꽃이 피는데, 절정은 6월이다. 꽃이 고울 뿐 아니라 향기도 진해 향수의 원료로 쓰인다. 여름이 다 갈 무렵엔 방울토마토만 한 크기로 붉은 열매를 맺기도 한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선생님…'으로 시작되는 이미자의 노래가 떠오르는 해당화는 영광 백수해안도로를 따라 줄지어 피었다. 백수해안도로의 풍광이 빼어나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 이 해안도로가 가장 아름다울 때도 해당화가 피어있는 지금이다. 그 꽃길이 자그마치 30리에 이른다. 이미자의 노랫가락을 따라 시심을 잡으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유혹을 견디지 못한 사진작가들도 렌즈를 맞추느라 부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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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화 핀 영광 백수해안도로. 슬비와 예슬이가 꽃길을 따라 걷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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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화 핀 백수해안도로. 바다와 어우러진 풍경이 절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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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해안도로의 풍광이 빼어나다. 많은 사람들이 동해안도 아닌, 서해안에서 이런 풍광을 볼 수 있다는데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곳이다. 건설교통부에서 전국의 가장 아름다운 길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 백수해안도로는 영광군 백수읍 백암리 답동마을에서 대신리를 거쳐 원불교 성지가 있는 길용리까지 17㎞에 이른다. 영광을 가장 영광스럽게 해주는 길이다.
탁 트인 바다를 아래에 놓고 달리면서 맡는 바다내음이 시원하다. 막혔던 가슴까지도 뻥 뚫리는 것 같다. 그 때문일까. 한번의 드라이브로 양이 차지 않는다. 차를 돌려 왕복 드라이브를 즐겨본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풍치도 좋다. 해안공원 팔각정에 오르니 거북바위와 바자바위 등 기암절벽 위로 이어지는 해안도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백암전망대에 서니 칠산도, 안마도, 송이도 등 칠산 앞바다의 섬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자동차들이 그리 많지 않기에 걷기에도 좋다. 아스팔트길을 걷는 것도 좋지만 백암전망대에서 해안을 따라 영화 <마파도> 촬영지에 이르는 흙길과 시멘트길은 느릿느릿 걷기에 더없이 좋다. 여유를 갖고 잠깐 이 길을 걸어보는 것만으로 해안도로 여행의 묘미가 배가된다.
동쪽엔 산이, 서쪽엔 바다가 이어지는 이 도로는 해안선이 길고 부근에 큰 섬이 없어 바다 일몰을 감상하기에도 제격이다. 해가 떨어지니 해안도로 어디든지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명소가 된다. 도로 한켠에 차를 세워두고 일몰의 감동을 느껴본다. 세계속의 노을과 최첨단 레이더 영상으로 가상의 노을을 즐길 수 있는 노을전시관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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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화는 꽃모양이 장미와 닮았다. 저만치 보이는 정자는 칠산앞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백암전망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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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를 마치고 칠산 앞바다로 넘어가는 해. 백수해안도로는 곳곳이 낙조를 볼 수 있는 포인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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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꽃 핀 백수해안도로를 품고 있는 영광엔 종교와 관련된 시설이 많다. 특히 불교와 관련된 시설이 많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게 고구려 소수림왕 때. 백제엔 침류왕 원년 서기 384년 인도승려 마라난타존자에 의해 불교가 전해졌다. 이 마라난타가 백제에 불교를 전하면서 처음 발을 디딘 곳이 이곳 영광이다. 법성면 진내리 좌우두마을이 그곳이다.
법성포란 지명도 여기서 유래됐다. 법(法)은 불법을 가리키고, 성(聖)은 성인 마라난타를, 그래서 '성인이 불법을 들여온 성스러운 포구'라는 뜻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마라난타상과 전시관, 유물관, 부용루, 팔각정 등이 들어서 있다. 거대한 박물관을 연상케 하는 간다라유물관과 작은 야외 공원처럼 생긴 탑원 등 간다라풍의 건축물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치 인도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백제에 불교를 전하면서 처음 지었다는 불갑사도 이곳 영광에 있다. 절 이름을 부처 불(佛), 첫째 갑(甲), 불갑사라 한 것도 이런 연유다. 백제 최초의 절이라 생각하면 나무 한그루 기왓장 하나까지 그냥 흘려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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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계단을 따라 바닷가까지 내려가볼 수 있는 것은 백수해안도로의 장점이다. 오른쪽 위에 보이는 건물은 노을전시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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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영광군 법성면 진내리 좌우두마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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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의 발상지인 영산성지도 영광에 있다. 원불교는 구도의 고행을 통해 진리의 깨우침을 얻은 종교. 여기에 박중빈 대종사 탄생지가 있고 대종사가 서서 한나절이나 입정에 들었던 선진포, 원불교 최초의 교당 등 유적이 있다. 기독교인 순교지도 영광군 염산면에 있다. 이곳은 세계교회 역사에 기록돼 있을 정도로 순교지로 꼽힌다. 순교탑과 기념관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영광엔 멋진 곳이 많은 만큼 맛있는 음식도 가득하다. 법성포에 가면 굴비를 주재료로 한 식당이 즐비하다. 굴비백반에서 매운탕, 정식까지 다양하다. 가격대도 여러 가지다. 굴비의 본고장에서 맛보는 굴비음식은 영광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서해안에서 잡히는 백합으로 만든 백합죽도 별미다. 백합은 죽 외에 탕, 구이, 회, 찜으로도 요리해 먹는데 담백하고 차진 맛이 일품이다.
바다와 어우러진 해당화 꽃 핀 풍경을 만나고, 해안도로 드라이브도 즐길 수 있는 영광. 게다가 불교와 원불교, 기독교 등 종교와도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니고 있는 영광. 6월의 여행지로 영광만한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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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광굴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만든다고 해서 '밥도둑'으로 불리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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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수해안도로는 언제 찾더라도 풍광 좋은 길이다. 그 중에서도 해당화 활짝 핀 지금이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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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와 어우러진 해당화가 환상적이다. 해안도로의 풍광도 빼어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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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영광 백수해안도로는 서해안고속국도 영광나들목으로 들어가서 ‘백수해안도로’나 ‘법성포’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법성포구에서 842번 지방도를 타고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산길을 넘어가면 해안도로와 만난다. 영광읍에서 원불교성지를 찾아가도 된다. 백제불교 최초도래지는 법성포구에서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홍농 방면으로 조금 가다보면 왼쪽에 자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