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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덕유산에서 빛을 품다

by sang-a 2019. 1. 7.

 

 

덕유산 지날 때 바람은 어떤 향기를 내는지 궁금합니다. 

 

 

 

 

덕유산을 만나러 길을 나서는 새벽.

어둠이 걷히기 전에 출발했는데 도착하니 9시가 훌쩍 넘었고

많은 사람들로 이미 북적대고 있습니다.

무엇을 하든 긴 줄서기가 먼저입니다.

스키장을 보니 속이 뻥 뚤리는 것처럼 시원합니다.

저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 같습니다. 

미끄러지듯 활기찬 스키어들의 수직 질주에 햇살도 눈이 부신지

구름뒤로 숨어들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곤도라를 이용하니 아찔하긴 하여도 오르는 길이 한결 수월합니다.

지난 번 내린 눈이 남아 있긴 했지만 많이 녹은 상태라 조금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상고대는 볼 수 있었으니 다행입니다.

 

편한 친구들과 함께 오니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이러쿵 저러쿵 ~ㅎㅎ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고 다리가 뻑뻑하여 약간 힘은 들어도 견딜만 하고

겨울산에서 칼바람 또한 이 산의 주인이나 마찬가지니 괜찮습니다.

 

등성이마다 지난 계절 묻어둔 이야기들이 있다 하여도

그리고, 그들의 나라가 궁금하다 하여도 우리는 갈 수 없습니다. 

깊이 내린 뿌리의 참뜻을 다 헤이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산은 많은 것을 품고 다시 내어주며

말 없음으로 많은 말을 해주고 있는데

나의 귀는 아직도 조금밖에 열리지 않아 그들의 나라에 온전히 들어갈 수 없습니다.

 

 

 

 

 

 

 

추운 겨울 등성이를 건너가려 서두르진 않겠습니다.

 

친구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허공에 흩어지는 날에

그냥이라 해도 좋을 덕유산 산행을 마쳤습니다.

어둠을 뚫고 나섰던 길에서

어둠 안으로 다시 들어오며 친구들의 건강을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