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지날 때 바람은 어떤 향기를 내는지 궁금합니다.
덕유산을 만나러 길을 나서는 새벽.
어둠이 걷히기 전에 출발했는데 도착하니 9시가 훌쩍 넘었고
많은 사람들로 이미 북적대고 있습니다.
무엇을 하든 긴 줄서기가 먼저입니다.
스키장을 보니 속이 뻥 뚤리는 것처럼 시원합니다.
저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 같습니다.
미끄러지듯 활기찬 스키어들의 수직 질주에 햇살도 눈이 부신지
구름뒤로 숨어들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곤도라를 이용하니 아찔하긴 하여도 오르는 길이 한결 수월합니다.
지난 번 내린 눈이 남아 있긴 했지만 많이 녹은 상태라 조금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상고대는 볼 수 있었으니 다행입니다.
편한 친구들과 함께 오니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이러쿵 저러쿵 ~ㅎㅎ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고 다리가 뻑뻑하여 약간 힘은 들어도 견딜만 하고
겨울산에서 칼바람 또한 이 산의 주인이나 마찬가지니 괜찮습니다.
등성이마다 지난 계절 묻어둔 이야기들이 있다 하여도
그리고, 그들의 나라가 궁금하다 하여도 우리는 갈 수 없습니다.
깊이 내린 뿌리의 참뜻을 다 헤이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산은 많은 것을 품고 다시 내어주며
말 없음으로 많은 말을 해주고 있는데
나의 귀는 아직도 조금밖에 열리지 않아 그들의 나라에 온전히 들어갈 수 없습니다.
추운 겨울 등성이를 건너가려 서두르진 않겠습니다.
친구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허공에 흩어지는 날에
그냥이라 해도 좋을 덕유산 산행을 마쳤습니다.
어둠을 뚫고 나섰던 길에서
어둠 안으로 다시 들어오며 친구들의 건강을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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