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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조 ◑

정야(靜夜)

by sang-a 2023. 3. 7.

정야

 

                                 김원각

 

여기는 산협을 돌아

사라지는 물소리뿐

 

향연 너머 연화봉은

장승처럼 앉았는데

 

그 위로 카랑한 별이

금을 긋고 흐른다

 

이따금 대숲 속을

빗질하는 바람 소리

 

골 안은 아늑해도

다시 낯선 어느 벌판

 

세월도 밀어붙이고

석탑 하나 서 있다

 

수정빛 정기 어리는

범영루 휘엿한 허리

 

눈에는 안보이나

선연한 움직임들

 

그 깊이 알 수 없는 속

쌍여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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