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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연의 서재 (시조시) ◑

감또개 떨어지던 날에

by sang-a 2024. 5. 22.

감또개 떨어지던 날에

 

                                      효원 김나연

 

뒤란 모퉁이에 보드기로 겨우 서서

몇 번의 누리달을 국으로 보내더니

깜냥에 울타리는 되겠는지 쭈그린 채 뻗었더라

 

참말로 미련하다 심드렁 하는 사이

아스라이 빛 끌어와 제 살 속에 담았는지

초록별 머금은 듯이 말갛게 웃더라니

 

수상쩍은 바람꽃에 실큼하던 그날 오후

그것도 삶이라고 공중제비 하던 애들

조용히 그늘진 뜰에 내려앉는 춤사위

 

여름날이 그렇게 저물어 갈 즈음

암팡지게 버티는 녀석들을 다시 만나

그 수를 헤아려보니 여남은 개는 될 것 같아

 

모진 숲 돌아왔을 바람의 덜미 후려

물오른 잎들에게 깃들어 가는 저녁

고빗길 뒤돌아보며 성긴 마음 여민다

 

          * 2024. 한국시조시인협회 시조분과 시화집 원고

                                  (24.3.21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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