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또개 떨어지던 날에
효원 김나연
뒤란 모퉁이에 보드기로 겨우 서서
몇 번의 누리달을 국으로 보내더니
깜냥에 울타리는 되겠는지 쭈그린 채 뻗었더라
참말로 미련하다 심드렁 하는 사이
아스라이 빛 끌어와 제 살 속에 담았는지
초록별 머금은 듯이 말갛게 웃더라니
수상쩍은 바람꽃에 실큼하던 그날 오후
그것도 삶이라고 공중제비 하던 애들
조용히 그늘진 뜰에 내려앉는 춤사위
여름날이 그렇게 저물어 갈 즈음
암팡지게 버티는 녀석들을 다시 만나
그 수를 헤아려보니 여남은 개는 될 것 같아
모진 숲 돌아왔을 바람의 덜미 후려
물오른 잎들에게 깃들어 가는 저녁
고빗길 뒤돌아보며 성긴 마음 여민다
* 2024. 한국시조시인협회 시조분과 시화집 원고
(24.3.21일 작성)
'◐ 나연의 서재 (시조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흙의 말 (0) | 2024.09.25 |
---|---|
골든 트라이앵글의 밤 (0) | 2024.05.22 |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1) | 2023.11.20 |
흑산도에서 (0) | 2023.11.20 |
개망초 (0) | 2023.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