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꾹새
/ 김 나 연
산이 울어대기 시작했다.
앞산 뒷산
그림자만 질겅일 뿐 변한게 없는데
간밤 내 귀뚜리도 울고 소쩍새도 울고
그 무슨 사연인지 울음을 받아서 울고 또 울며 밤을 잇는 비단조.
훤하니 동이 틀무렵
갓난이 어무이 기어이 저 세상으로 갔다고--
앞마당 귀퉁이에 박넝쿨 감아 놓고
이제서야 옷 벗어 던졌다네 그려.
하~
오늘 밤만 개똥벌레야, 예 와서 놀거라.
젊은 뺨을 재우던
이 축축한 성에서
남루한 환상이 밟히고 있다.
가만 가만히 어두워진 출구를 밝혀
마른 기억의 귀가길을 도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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