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소리
/ 김 나 연
겨울 블랙홀이 된
미친 눈발과 사람들이 엉켜 있다.
차라리
미치지 않고는 도저히 안 되었나보다.
하늘 앞에
기꺼이 민초들이 이 시대의 벌을 대신 받았다.
산도 막아주지 못 하는
나랏님도 어쩌지 못 하는
꿈의 잔영들이 빈 가슴에 꺼먼 멍을 앉히어.
어디쯤
이 큰 분노를 삭혀 줄 봄동 피는 소리
오고 있을까?
흙은 잠들지 못 하는 이 겨울의 늪에서
깨어날 준비는 하고 있는 것일까?
낮게 신음하는 겨울 안으로
오늘도
무심한 바람 거칠게 달린다.
*폭설로 심한 피해를 입은 남부지방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접하며. 05.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