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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사람들 ◑/아름다운 사람들

경주에서 이기는 길

by sang-a 2007. 3. 21.
경주에서 이기는 길


어느 봄날 필라델피아에서 있었던 1600m 릴레이 경기에서였다.
나는 2번 레인에 배정을 받았는데, 1번 레인에 있는 주자는 100m 선수로서 단거리에서 아주 좋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폴리프랩 대학의 선수였다. 우리는 몇 번인가 다른 단거리 경주에서 겨룬 적이 있었는데, 그에게 번번이 참패를 당했었다.

출발선에서 악수를 나눌 때 그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나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결승점에서 널 기다리고 있을 거야.” 요즈음에는 그런 말을 ‘트래쉬 토크’(trash talk)라고 부르는 일종의 심리전이다.

총소리가 나자 폴리프랩의 선수도 총알같이 튀어나갔다. 그가 첫 바퀴를 달릴 때 그의 발이 차 낸 흙이 내 뺨을 때리던 느낌을 기억한다. 그런데 270m쯤 되었을 때 사태가 돌변했다. 훨씬 앞에서 뛰고 있던 폴리프랩 선수의 속도가 갑자기 느려지더니 마치 조깅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몇 초 후 내가 최고 속력을 내면서 그 옆에 갔을 때는 헉헉거리는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가 몇 등으로 들어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결승선에서 고소한 표정을 애써 감추면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생각난다.

그 날 나는 그 폴르프랩 선수 덕분에 잊을 수 없는 교훈을 배웠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도 경주를 마치기 전까지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첫 구간을 선두로 뛰었다 해도 끝에서 잘 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경주는 마지막까지 잘 뛰어야하며 특히 훌륭한 주자는 경주의 마지막 코스에서 최종 스퍼트를 낼 줄도 알아야겠지요.

인생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타고난 소질이 있다 해도 열심과 인내력을 겸비하지 못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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