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자마자 창을 모두 열었다.
의림지에서 마시는 차는 가을을 먼저 안겨다 주었다.
괜찮은 일상의 모습으로 코스모스와 섞이다 개울에 발 담근 채
바람의 노래와 옥수수의 이야기들을 들었다.
다시 일어나 걸어야 하는데 갑작스런 실직으로 인한 암담한 마음을 추스리지 못 하고 있다.
삶은 겨우 두려움이 사라질만 하면 저항할 틈도 주지 않고 낯선길에
나를 덜컥 내려놓기를 좋아한다.
완전한 믿음으로 직장생활을 했던 것도 아니면서 차선책을
미쳐 준비할 여유가 없단 이유로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는 것이 어이없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나-----
무리수였나 살아가기 위해 몸부림 치던 날들이 .....이겨낼 수 있을까?
힘겨워하는 나를 곧추 세우는 일이 가장 버겁다.
세상 그 누구보다 가장 두려운 적. 그것이 나임을 너무도 잘 알기에-----
작은새가 세상을 향해 이렇게 고독한 날개짓을 하고 있는데
세상은 나에게 자꾸 비를 맞으라 한다, 폭풍속으로 들어가라 한다.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또, 도망가고 싶어진다.
이것이 내 삶이 아니라고 자꾸 외면하고 싶어진다.
뚝베기에 소박한 찌게를 끓이고 나물밥을 먹으며 살고 싶다는데 갈 길은 아득하기만 하다.
'◐ 일상을 기록하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셉 김용현- 흙으로 돌아가다 (0) | 2012.01.16 |
---|---|
너의 위안이 되어줄께 (0) | 2011.09.10 |
숨 고르기 (0) | 2011.08.15 |
가을이 오면 (0) | 2011.08.08 |
연의 꼬리를 자르다. (0) | 2011.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