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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가면 더 좋다 ◑/산

민둥산 억새의 유혹

by sang-a 2015. 10. 23.

 

'아리랑의 고장' 정선의 민둥산은 창녕의 화왕산, 장흥의 천관산, 포천 명성산, 밀양 사자평 등과 더불어 우리나라 5대 억새 군락지로 손꼽힌다. 10월이 되면 민둥산 초원능선은 슬그머니 옷을 갈아입는다. 억새가 어른 키를 훌쩍 넘기며 초원을 덮으면 시나브로 초록빛이 억새의 흰 꽃으로 물든다. 이때가 되면 기차는 많은 사람들을 민둥산역으로 실어 나르고, 산골 마을인 정선군 남면은 전국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민둥산은 10~11월에 많이 찾는 산이지만, 주변 조망이 뛰어나고 능선에 시원한 초원이 형성돼 있어 사계절 언제 찾아도 좋다.

□ 코스 가이드

·장 소 : 강원도 정선군 남면
·코 스 : 증산초교∼정상~발구덕~증산초교
·걷는 거리 : 5.6㎞
·걷는 시간 : 3시간 30분
·난 이 도 : 조금 힘들어요
·좋을 때 : 10월(억새), 5월(신록), 겨울(눈꽃)

정상에서 만나는 20만 평의 광활한 억새밭
민둥산 억새 트레킹 코스는 증산초등학교를 출발점으로 오르내리는 길이 일반적이다. 정상으로 이어진 주릉을 중심으로 왼쪽 완경사 숲길, 오른쪽 발구덕마을을 거쳐 오르는 길로 나뉜다. 그래서 코스는 증산초등학교~완경사 숲길~민둥산 정상~발구덕마을~증산초등학교 원점회귀가 가장 좋다. 운치 있는 낙엽송길, 억새 초원, 여덟 개 구덩이를 가진 옛 강원도 산촌 발구덕마을을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산길은 증산초등학교 바로 앞 등산로 안내판 옆길로 시작한다. 200m쯤 오르면 완경사와 급경사길이 갈린다. 완경사는 왼쪽 산비탈을 타고 돌아 능선을 만나고, 급경사는 곧장 능선으로 올라붙는 길이다. 대개 사람들은 거리는 좀 멀지만 길이 순한 완경사를 택한다. 초반 가파른 오르막만 지나면 산비탈을 타고 도는 호젓한 숲길이 이어진다. 서늘하면서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은 낙엽송 사이 휘휘 둘러가는 맛이 일품이다. 잠시 고개를 힘껏 뒤로 제치고 우듬지를 바라본다. 그곳 꼭대기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상이 있는 듯하다.

↑ 소 등허리 같이 평평한 능선에 오르면 온통 억새 물결로 출렁거린다.

슬슬 힘이 들다 싶을 때에 임도에 자리한 쉼터(매점)을 만난다. 간단한 라면과 과자 등을 팔고 있어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애용한다. 산길은 임도를 가로질러 이어진다. 산길은 임도를 가로질러 이어진다. 나무 계단을 5분쯤 오르면, 그윽한 숲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그러다 점점 시퍼런 하늘이 보이면서 조망이 열린다.

아름드리 소나무를 몇 그루 지나 조망 데크에 오르자 강원도의 산들이 빚어내는 첩첩 산그리메가 일필휘지로 펼쳐진다. 콩콩 뛰는 가슴을 지그시 누르며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소 등허리같이 평탄한 능선에 올라붙는다. 능선은 온통 억새밭이다. 키큰나무는 저 위 능선에 선 서너 그루가 유일하다. 민둥산 정상까지는 걷는 것이 아니라 억새 물결에 휩쓸려 저절로 닿게 된다.

부드러운 능선 끝에 자리한 정상은 따뜻한 손짓을 보내고, 뒤를 보면 억새 물결 사이로 멀리 두위봉이 우뚝하다. 한 걸음 떼기도 아까운 길이다. 민둥산 정상에는 거대한 정상석이 서 있고, 주위는 말끔한 데크와 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잠시 데크에 드러눕자 시퍼런 하늘이 나에게로 쏟아진다. 오랫동안 누워 있으면 마치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건 아닌지 착각마저 든다.

↑ 정상 가는 길의 쉼터. 잠시 쉬며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다.내용을 입력하세요

민둥산 정상부의 억새밭은 약 20만 평으로 광활하다. 억새도 장관이지만, 정상 뒤쪽에 음푹 패인 지형인 발구덕의 모습은 마치 다른 행성에 와 있는 것처럼 신비롭다. 발구덕은 석회암이 빗물에 녹아 지반이 둥글게 내려앉는 특이한 카르스트 지형인 돌리네(doline)를 말한다. 석회암 지대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물에 녹으면서 깔때기 모양으로 웅덩이가 팬 것이다. 돌리네는 이곳 말로는 '구덕'이다. 그런 구덩이가 여덟 개라 하여 '팔구덕'이라 부르다가 '발구덕'이 된 것이다.

↑ 민둥산 정상부는 돌리네(구덩이) 여덟 개가 형성되어 있다.

하산 코스는 정상석 뒤편으로 이어진 '발구덕' 이정표를 따른다. 왼쪽으로 이어진 능선길은 지억산(1,116.7m)을 거쳐 화암약수로 이어진다. 이정표를 따라 내려서면 발구덕의 거대한 구덩이 안으로 들어서는데, 마치 어머니의 품에 안긴 것처럼 포근하다. 여기서 급경사를 내려오면 윗발구덕이고, 임도를 타고 좀 내려서면 성황당과 거북 모양의 샘터가 있는 아랫발구덕에 닿는다. 성황당 앞에는 조각이 제법 섬세하고 표정이 해학적인 장승이 여럿 세워져있다.

장승 앞에서 산비탈을 타고 도는 숲길이 이어진다. 한동안 인적 뜸한 호젓한 길을 걷다보면, 올라오면서 만나던 급경사 갈림길과 합류한다. 갈림길에서 증산 시내를 한번 굽어보고 내려오면 증산초등학교 앞이다. 이렇게 민둥산 트레킹 코스는 정상의 억새초원을 중심으로 크게 원을 그리며 마무리된다.

↑ 정상에서 기념 촬영하는 정선 아이들.

↑ 민둥산 정상에서 지억산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

↑ 정상으로 가는 완경사길에 낙엽송이 줄지어 섰다.


□ 트레킹화 고르는 법


상쾌한 공기를 맞으며 사박사박 걷고 또 걷는 트레킹. 걷기가 기본인 트레킹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단연 신발이다. 발이 편안해야 오래 걸을 수 있으며 트레킹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코스 성격에 맞춰 제대로 된 등산화를 신어야 사고 없이 안전하게 트레킹을 마칠 수 있다.


Tip. 나에게 딱 맞는 트레킹화 고르기


코스, 기간, 계절 등을 고려해 내 소중한 발에 꼭 맞는 신발을 골라야 합니다. 트레킹화를 고를 때에는 두툼한 등산 양말을 신고 발가락, 발볼, 발등, 뒤꿈치에 큰 압박감이 없는 것으로 선택합니다. 발에 너무 딱 맞는 신발은 혈액순환을 방해해 겨울철 동상의 원인이 되므로 약간 여유 있는 정도가 좋죠. 하루 중 발이 더 부어 있는 저녁 무렵에 매장을 방문해서 신어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평소 신발 사이즈에 한 치수 정도 큰 것으로 선택하면 무난합니다.


▶ 코스 길잡이


민둥산 코스는 기차가 서는 증산면 민둥산역을 기점으로 하고, 증산초등학교를 출발점으로 오르내리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민둥산역에서 증산초들학교까지는 도보로 15분쯤 걸린다. 코스는 증산초등학교~완경사 숲길~민둥산 정상~발구덕마을~증산초등학교를 밟는 원점회귀 코스. 총 거리는 5.6km, 3시간쯤 걸린다. 종주 코스는 증산초등학교~민둥산~지억산~화암약수가 좋다. 거리는 15㎞, 7시간쯤 걸린다. 걷기가 힘든 사람은 능전마을에서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타고 발구덕마을까지 차로 올라가면 정상까지 한결 쉽게 오를 수 있다.


▶ 코스 시간


①증산초교→ 1시간 ②쉼터→ 1시간 ③정상→ 40분 ④발구덕(삼거리)→ 50분 ➄증산초교


▶ 교통


자가용으로 가려면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나들목으로 나와 38번 국도를 타고 간다. 대중교통은 기차가 편하다.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민둥산역행 열차는 07:05~23:25, 1일 6회 다니며, 3시간쯤 걸린다. 버스는 동서울터미널에서 정선행 버스가 07:01~18:46, 1일 9회 다닌다. 정선에서 민둥산이 있는 증산초등학교까지는 남면행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 숙식


숙소는 정선아라리촌(033-560-2059)이 좋다. 아우라지 옆의 유명한 옥산장(033-562-0739)에서는 숙식이 가능하다. 아라리촌 내의 굴피집(033-563-1361)에서 곤드레정식, 콧등치기 국수 등 정선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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