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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포천 평강랜드

by sang-a 2018. 11. 11.

 

또 하나의 계절이 가고 있다.

요즘 핑계를 찾아가며 가는 가을의 도포자락 붙들고 있는 중이다.

올해도 이제 두 달이 채 남지 않았고 여기저기서 송년회 준비로 요란하다.

 

언니, 형부가 지난 3년동안 북한산에서 주워 모은 도토리를 껍질 벗겨 물에 불렸고

그것을 가루로 만들기 위하여 언니가 나를 호출하였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공장을 찾았다.

내가 먹었던 묵 가루가 되는 과정도 처음 보았고

새삼 다람쥐들의 겨울 식량을 한알 한알 빼앗아(?) 오던 때부터 많은 수고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젖은 가루 한 자루를 싣고 볕이 좋으니 산정호수 한 바퀴 돌고 가자는 언니와

굽이진 길을 달렸다.

예상은 했지만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산정호수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계획을 바꿔 그곳에서 가까운 평강식물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마른 꽃들로 입구를 예쁘게 꾸며놓은 가든식당에서부터 가을 냄새가 물씬하다.

식사를 하고 들국화 전시장을 거쳐 핑크뮬리 군락지. 잔디광장. 만병초원을 찍고

습지원 방향으로 내려오면서 암석원 잠시 들러 나왔다.

 

소소한 아이들 이야기부터 진중한 삶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며 천천히 걸음하던

시간들이 좋았다.

언니와 이같은 시간을 얼마나 더 갖게 될까?

 

지금 이순간 우리의 가슴을 울려주는 작은 행복에 감사한다.

짧은 11월의 해가 기울고 언니네로 도착하여

전기장판을 깔로 젖은 도토리 가루를 펼쳤다.

다시 몇 날 동안 말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작은 수고라도 덜기 위하여 내 몫은 집으로 가져와 거실 바닥에 펼쳐 놓았다.

몇 날이 될지 모르겠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고 또 지나면서

우리가 알던 뽀얀 자태를 드러내겠지.

피로했지만 따사로왔던 외출의 하루를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