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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산책로 ◑

3. 정철 - 성산별곡

by sang-a 2020. 7. 18.

작품소개

분류 : 국한문혼용가사

작자 : 정철

자료형태 : 전적

소장처 : 한국가사문학관

해제시기 : 2009.12.31일

해제자 : 박영주 교수

 

작품설명(초록)

<성산별곡>은 '어떤 지날 손'인 작자 송강정철(松江鄭撤 : 1536~1593)

'적막 산중에 들고 아니 나시는 서하당.식영정 주인' 서하 김성원의 자연에 동화된 전원생활과

풍류의 흥취를 노래한 작품이다.

'성산'의 수려한 풍광이 자아내는 네 계절의 정취를 배경으로 그 속에서 은일자적하는 유가 사대부의 삶과

정서 및 정신세계를 담담한 듯 유려하게 노래하고 있다.

  <성산별곡>의 작품 창작 시기에 대해서는 몇 가지 견해가 제시되어 있다.

벼슬길에 나아가기 전인 25살 때 지은 작품으로 보기도 하고, 동부승지로 진출했다가 낙향하여

생활할 무렵인 42살 때 지은 것으로 보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자신을 '어떤 지날 손'으로 자처하는 것을 위시하여, 요컨대 작품 전반을 통해 벼슬길에

나아가기 전, 즉 벼슬살이를 경험하기 전인 20대 중반에 지은 작품으로 보기에는, 작품에 투영되어 있는

정서나 사유방식 및 가치의식 면에서 적잖은 무리가 따른다고 할 수 있다.

 

성산별곡 - 현대문

 

어떤 지날 손이 성산에 머물면서

서하당 식영정 주인아 내 말 듣소

인간 세간에 좋은 일 많건마는

어떠한 강산을 갈수록 낫게 여겨

적막 산중에 들고 아니 나오시는고

솔뿌리를 다시 쓸고 대나무 침상에 자리 보아

잠깐 올라 앉아 어떤가 다시 보니

하늘가에 떠 잇는 구름 서석을 집을 삼아

나가는 듯 드는 모양이 주인과 어떠한고

창계 흰 물결이 정자 앞에 둘러 있으니

 

천손운금을 뉘라서 베어 내어

잇는 듯 펼치는 듯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

산중에 책력 없어 사시를 모르더니

눈 아래 헤쳐진 경치 철 따라 절로 나오니

듣거니 보거니 일마다 선간이라

매창 아침 볕에 꽃향기에 잠을 깨니

산옹의 해야할 일이 곧 없지도 아니하다

울 밑 양지 편에 오이씨를 뿌려 두고

매거니 돋우거니 비온 김에 가꾸어 내니

청문고사를 이제도 있다 하겠다

짚신을 죄어 신고 죽장을 옮겨 짚으니

복사꽃 핀 시내 길이 방초주에 이어 있구나

 

잘 닦은맑은 거울 절로 그린 석병풍

그림자를 벗을 삼아 서하로 함께 가니

도원은 어디메오 무릉이 여기로다

남풍이 문득 불어 녹음을 헤쳐 내니

시절 아는 꾀꼬리는 어디에서 왔다 하던고

희황 베개 위에 풋잠을 얼핏 드니

공중 젖은 난간 물 위에 떠 있구나

마의를 여미어 차고 갈건을 기울려 쓰고

구부렸다 기대었다 보는 것이 고기로다

하룻밤 비 기운에 홍백련이 섞어 피니

바람기 없이도 온산이 향기로다

염계를 마주보고서 태극의 이치를 묻는 듯

 

태을진인이 옥자를 헤쳐내는 듯

노자암 바라보며 자미탄 곁에 두고

장송을 차일 삼아 돌길에 앉아보니

인간세상 유월이 여기에선 삼추로다

청강에 떠 있는 오래 백사에 옮아 앉아

백구를 벗을 삼고 잠 깰 줄 모르나니

무심하고 한가함이 주인과 어떠한고

오동 서릿달이 사경에 돌아 오니

천암만학이 낮인들 그러할까

호주 수정궁을 뉘라서 옮겨 왔는고

은하를 뛰어 건너 광한전에 올라 있는 듯

짝 맞는 늙은 솔일랑 조대에 세워 두고

 

그 아래 배를 띄워 가는 대로 던져 두니

홍료화 백빈주 어느 사이 지났길래

환벽당 용의 소가 뱃머리에 닿았구나

청강 녹초변의 소 먹이는 아이들이

석양에 흥이 겨워 단적을 비껴 부니

물 아래 잠긴 용이 잠 까애 일어날 듯

연무 기운에 나온 학이 제 깃을 버려 두고

허공에 솟아 뜰 듯

소선 적벽은 추칠월이 좋다 했으되

팔월 보름밤을 모두 어찌 칭찬하는고

고운 구름이 사방으로 걷히고 물결이 다

하늘에 돋은 달이 솔 위에 걸렸거든

 

잡다가 빠졌다는 적선이 야단스럽구나

빈 산에 쌓인 잎을 삭풍이 거두어 불어

떼구름 거느리고 눈조카 몰아오니

천공이 호사로와 옥으로 꽃을 지어

만수천림을 꾸며도 내는구나

앞 여울 가리어 얼어 독목교 비껴 놓였는데

막대 멘 늙은 중이 어느 절로 간단 말인고

산옹의 이 부귀를 남에게 소문내지 마오

경요굴 은세계를 찾을 이 있을까 두렵구나

산중에 벗이 없어 한기를 쌓아 두고

만고 인물을 거슬러 헤아려보니

성현도 많거니와 호걸도 많기도 많구나

 

하늘이 만드실 제 어찌 무심 할까마는

어찌된 시운이 흥했다 망했다 하였는고

모를 일도 많거니와 애달픔도 끝이 엇다

기산의 늙은 고불 귀는 어찌 씻었던고

박 소리 핑계했던 조장이 가장 높다

인심이 낯 같아서 볼수록 새롭거늘

세상 일은 구름이라 험하기도 험하구나

엊그제 빚은 술이 얼마나 익었는가

잡거니 말거니 실컷 거후르니

마음에 맺힌 시름 조금이나마 풀리는구나

거문고 시울 얹어 풍입송 잇는구나

손인지 주인인지 다 잊어 버렸도다

 

 

창공에 떠 있는 학이 이 골의 진선이라

요대 달 아래서 행여 아니 만나셨는가

손님이 주인더러 이르기를 그대가 진선인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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