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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산책로 ◑

5. 정철 - 관동별곡

by sang-a 2020. 7. 18.

작품소개

분류 : 국한문혼용가사

작자 : 정철

자료형태 : 전적

소장처 : 한국가사문학관

해제시기 : 2009.12.31일

해제자 : 박영주 교수

 

작품설명(초록)

대관령 혹은 태백산맥 동쪽의 땅을 일컬어 '관동'이라고 한다. 이 지역은 예로부터 산수유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시문과 그림 등 수 많은 예술작품을 낳는 영감의 원천이 되어 왔다.

더욱이 전통시대 선비들은우리 국토산하를 이른바 '사유의 지형이자 감성의 양식'으로 삼기도 했다.

따라서 그들에게 있어서 산수는 단순한 자연에 그치지 않고, 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생겨난 바탕이자, 자신의

심성을 순화하고 인격을 연마하는 도량으로 삼아 사유의 지평을 확장하고 감성을 단련하기도 했다.

 <관동별곡>은 송강 정철(松江 鄭澈 : 1536~1593)이 나이 45살이던 1580년 1월 강원도 관찰사에 제수되어

그 해 3월 내외해금강과 관동팔경을 두루 유람하면서 느낀 감화를 활달. 호탕하게 노래한 작품이다.

풍류운사의 멋과 여유 그리고 목민관(牧民官)이 지향하는 조화로운 세계관으로 일관되어 있으며,

일상적 삶의 현실에서 제기되는 갈등이나 고뇌가 배제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면모는 <광동별곡>을 창작할 즈음 송강의 생활이 비교적 안적된 처지에 놓여 있었던

것과도 상통한다.

 <관동별곡>이 이렇듯 관동 산수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가사임에도 불구하고 담양과 유의미한 연관을 맺을 수

있다면, 그것은 작품의 시발점이 다름 아닌 담양이라는 데 있다.

즉, 작품의 거두 '상호에 병이 깊어 죽림(竹林)에 누었더니 / 관동 팔백리에 방면을 맛디시니'에서의 '죽림'

담양 창평에 낙향해 있던 처지와 생활로부터 다시 벼슬길에 나아가 경국제민(經國濟民)이라는 유가

사대부로서의 이상을 실현하는 송강의 생애적 궤적의 단면을 살필 수 있는 작품이라는 데 있다.

송강은 출사와 낙향을 되풀이하는 일 자체가 생애적 특징을 이룰 만큼 출처(出處)에 우여곡절이 많았던 사대부다.

그러면서 그때그때의 심사를 누구보다도 충실히 작품화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관동별곡>은 낙향의 처지에서 자연의 경물에 투영된 심회를 노래하거나 간절한 연군의 정을

노래한 송강의 여타 가사작품들과는 그 성격이 상당히 다르다.

작품 전반에 걸쳐 낙관적인 분위기나 지배적인 가운데, 침울. 애정한 정서보다는 활달.호방한 정서가

중심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관동별곡 - 현대문

 

강호에 병이 깊어 죽림에 누었더니

관동 팔백리에 방면을 맡기시니

아아, 성은이야말로 갈수록 끝이 없구나

연추문 달려 들어 경회루 문 바라보며

하직하고 물러나니 옥절이 앞에 서 있다

평구역에서 말 갈아타고 혹수로 돌아드니

섬강은 어디인가, 치악이 여기로다

소양강 내린 물이 어디로 흘러든단 말인가

외로운 신하 임금 곁을 떠남에 걱정 근심 많기도 많구나

동주에서 밤 겨우 새우고 북관정에 올라가니

 

삼각산 제일봉이 잘하면 보일 듯 싶구나

궁예왕 대궐터였던 곳에 까막까치 지저귀니

천년의 흥하고 망함을 알고 우는가 모르고 우는가

회양 옛날 이름이 공교롭게도 같은지고

급장유 풍모와 인품 다시 아니 볼 것인가

감영 안이 무사하고 시절이 삼월인 제

화천 시내길이 풍악으로 뻗어 있다

행장을 간편히 하고 돌길에 지팡이 짚어가며

백천동 곁에 두고 만폭동 들어가니

은 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의 꼬리

섞여 돌며 내뿜는 소리 십리까지 퍼져나가니

들을 때는 우레 같더니 보노니 눈발 같구나

 

금강대 절벽 꼭대기에 신선의 학이 새끼를 치니

춘풍 옥피리 소리에 첫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 입은 학이 공중에 솟아 뜨니

서호 옛 주인을 반겨서 넘노는 듯

소향로 대향로 눈 아래 굽어보고

정양사 진헐대 다시 올라 앉아보니

여산 진면목이 여기서야 다 보이는구나

아아, 조물주 솜씨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

나는 듯하거든 뛰는 듯하지나 말 것을 서 있는 듯하거든 솟은 듯하지나 말것을

연꽃을 꽂아 놓은 듯 북극성을 떠받쳐 괴는 듯

높기도 하구나 망고대 외롭기도 한 혈망봉

 

하늘에 치밀어 무슨 일을 아뢰려고

천만 겁이 지나도록 굽힐 줄 모르는가

아아, 너로구나 너같은 이 또 어디 있겠는가

개심대 다시 올라 중향성 바라보며

만 이천 봉을 역력히 헤아려보니

봉우리마다 맺혀 있고 끝마다 서린 기운

맑거든 깨끗하지나 말 것을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을

저 기운 흩어내어 인걸을 만들고 싶구나

생긴 모양도 끝이 없고 몸집 행세도 많기도 많구나

천지가 생겨날 때 저절로 되었으련만

이제 와서 보게 되니 정답고 정답구나

비로봉 꼭대에 올라 본 이 그 누구신고

 

동산 태산이 어느 것이 더 높던가

노국 좁은 줄도 우리는 모르거든

넓고도 넓은 천하 어찌하여 작단 말인가

오르지 못하거늘 내려감이 이상할까

원통골 가는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너럭바위 화룡소가 되었구나

천년 묵은 늙은 용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밤낮으로 흘러 내리어 아즉한 바다에 이어졌으니

바람과 구름을 언제 얻어 사흘 동안의 비 내리려는가

그늘진 언덕의 시든 풀들을 다 살려 내려무나

마하연 묘길상 안문재 넘어 내려가

외나무 썩은 다리 불정대에 올라보니

 

천 길 절별을 공중에 반쯤 세워 두고

은하수 큰 구비를 마디마디 베어 내어

실처럼 풀어서 베처럼 걸어 놓았으니

산수 그림채그이 열 두 구비 내 보기엔 여럿이라

유배온 신선 이태백이 이제 있어 다시 의논하게 되면

여산이 여기보다 낫다는 말 못 하리라

산중을 매양 보라 동해로 가자꾸나

가마 타고 느긋이 걸어 산영루에 올라보니

영통한시냇물 우짖는 새소리는 이별을 원망한 듯

행렬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 기폭이 넘노는 듯

북과 피리 섞어 부니 바닷구름이 다 걷히는 듯

명사길 익숙한 말이 취선을 비껴 실어

 

바다를 곁에 두고 해당화 핀 길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지 마라 네 벗인 줄 어찌 아느냐

금란굴 돌아 들어 총석정 올라가니

백옥루 남은 기둥 다만 제 개 서 있구나

하늘이 낸 솜씨인가 귀신들려 다듬었는가

구태여 여섯 면은 무엇을 형상했던가

고성일랑 저만치 두고 삼일포를 찾아 가니

단서는 완연하되 사선은 어디로 갔는가

여기서 사흘 머문 후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는고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고

배꽃은 벌써 지고 접동새 슬피 울 제

 

낙산사의 동쪽 언덕으로 의상대에 올라 앉아

일출을 보려고 한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듯 여섯 용이 떠받쳐 괴는 듯

바다에서 솟아오를 때는 온 세상이 일렁이더니

하늘에 치솟아 뜨니 가는 터럭을 헤아리겠도다

아마도 지나가는 구름 해 근처에 머물까 두렵구나

시선은 어디 가고 해타만 남았는가

천지간 웅장한 소식 자세히도 펴냈구나

저녁볕 비껴드는 현산의 철쭉꽃을 이어 밟아

신선을 태운 수레가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펼쳐진 흰 비단을 다리고 다시 다려

장송 울창한 속에 싫도록 펼쳐졌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헤아리겠도다

외로운 배 낯줄을 풀어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넘은 곁에 대양이 거기로다

조용도 한 이 기상 넓고도 아득한 저 경계

이보다 잘 갖추어진 풍광 또 어디 있단 말인가

홍장고사를 떠들썩할 만 하리로다

강릉 대도호부 풍속이 좋을시고

충신, 효자, 열녀 기리는 문들이 고을마다 벌여 있으니

비옥가붕이 이제도 있다 하겠구나

진주관 죽서루 오십천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니

차라리 한강의 목역에 닿게 하고 싶구나

 

관원의 여정은 유한하고 풍경은 싫지도 밉지도 않으니

그윽한 회포가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 시름도 달랠 길 없다

신서느이 뗏목 띄워 내어 북두성 견우성으로 향할까나

선인을 찾으려 단혈(丹緳)에 머물까나

하늘 끝을 끝내 못 보아 망양정에 올라가니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고

가뜩 노한 고래 누가 놀라게 하였길래

볼거니 뿜거니 어지럽게 구는 것인가

은산(銀山)을 꺾어 내여 천지사방에 내리는 듯

오월 드넓은 하늘에 백설은 무슨 일인가

잠깐 사이에 밤이 들어 풍랑이 가라앉거늘

부상(扶䘮) 지척에서 명월을 기다리니

 

서광 천 길이 보이는 듯 숨는구나

주렴을 다시 걷고 옥돌 층계를 다시 쓸며

계명성 돋도록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백련화 한 가지를 오느 누가 보내셨는고

이리도 좋은 세상 남들 모두에게 보이고 싶구나

유하주 가득 부어 달더러 묻는 말이

영웅은 어디로 갔으며 사선은 그 누구던가

아무나 만나보아 옛 소식 뭊자 하니

선산(仙山) 동해에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솔뿌리를 베고 누워 풋잠을 얼핏 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더러 이르는 말이

그대를내모르랴 상계의 진선(眞仙)이라

 

황정경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어 두고

인간 세상에 내려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간 동안 가지 마오 이 술 한 잔 먹어 보오

북두성 기울여 바닷물을 부어 내어

저 먹고 나를 먹이거늘 서너 잔 거후르니

온화한 봄바람 산들산들 불어 양 겨드랑이를 추켜올리니

구만리 높고 먼 하늘을 하마면 날겠도다

이 술 가져다가 천하에 고루 나누어

억만 백성들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제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

말 끝나자 학을 타고 구만리 장공에 올라가니

공중의 옥퉁소 소리 어제던가 그제던가

 

나도 잠을 깨어 바다를 굽어 보니

깊이를 모르거늘 끝인들 어찌 알리

명월이 천산만락에 아니 비추는 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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