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분류 : 국한문혼용가사
작자 : 송순
자료형태 : 전적
소장처 : 한국가사문학관
해제시기 : 2009.12.31일
해제자 : 조태성 교수
작품설명 (초록)
욕망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무언가 하고 싶은마음 그 자체일 것이다. 그 욕망이 사람마다 다른 까닭은
무언가에 해당하는 대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그 무언가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적을수록 욕망의 크기는
더 커진다.
그런 까닭에 사람들은 절망을 이야기하고, 망각을 붙잡으며, 응어리진 한(恨)을 토로하는 경우가 잦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마음은 오히려 더욱 굳게 닫혀간다.
<면앙정가>에는 닫힌 마음이 없다. 공간도 마음도 오히려 활짝 열려 있다.
또한 거기에는 욕망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보이지 않는다기보다는 욕망 그 자체가 오히려 '면앙(俛仰)'이라는
열린 행위에 의해 동화되어 있다. 그것은 숨겨진 욕망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숨겨진 욕망은 어떤 저항에 대한 부정적 가치로 발현될 가능성이 많다면, 열린 마음으로 동화된 욕망은
추구하고자 했던 가치보다 더 놓은 단계로 승화될 가능성이 많다. 그것은 <면앙정가>에 의해서라면
'강호가도 (江湖歌道)의 도(道)가 된다.
면앙정가 - 현대문
무등산 한 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떨치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는 넓은 들에 무슨 생각하느라고,
일곱 굽이 한데 뭉쳐 우뚝우뚝 펼쳤는 듯,
가운데 굽이는 구멍에 든 늙은 용이
선잠을 막 깨어 머리를 얹은 듯,
너른 바위 위에
송죽을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빌린 듯,
옥천산, 용천산 내린 물이
정자 앞 넓은 들에 끊임없이 퍼진 듯,
넓거든 길기나, 푸르거든 희지나 말지
쌍룡이 뒤트는 듯, 긴 비단을 펼쳐놓은 듯
어디를 가려는지 무슨 일이 바빠서
달리는 듯 따르는 듯 밤낮으로 흐르는 듯
물 쫓는 모래밭은 눈같이 퍼졌는데,
어지러운 기러기는 무엇을 어르는가
앉았다가 내렸다가 모였다가 흩어졌다가
갈대꽃을 사이 두고 울면서 쫓아가느냐
넓은 길 밖이요 긴 하늘 아래
두르고 꽂은 것은
산인가 병풍인가 그림인가 아닌가,
높은 듯 낮은 듯 끊이는듯 잇는 듯
숨거니 보이거니 가거니 머물거니
어지러운 가운데 이름난 체하면서
하늘도 젓치 않고 우뚝이 서 있는 것이
추월산 머리 삼고,
용구산 몽선산 불대산 어등산
용진산 금성산이 허공에 밀린 듯
원근 창에 머문 것도 많고 많다.
흰 구름 뿌연 연하 푸른 것은 산람이라
많은 바위 골짜기를 제 집으로 삼아 두고
나면서 들면서 아양도 떠는구나
오르거니 내리거니
먼 하늘 떠나거니 광야를 건너거니
푸르락 붉으락 옅으락 짙으락
석양과 섞어지어 세우마져 흩뿌리네.
남여를 재촉하여 솔 아래 굽은 길로
오며가며 하는 때에,
푸른 버들 우는 황앵 교태 부려 아양 떠네.
나무 사이 우거져 나무 그늘 엉긴 때에
백 척 난간에서 긴 졸음 내어 펴니,
물 위의 서늘한 바람 그칠 줄을 모르도다.
된서리 걷힌 후에 산 빛은 비단 물결
누런 구름 또 어찌 너른 들에 펼쳤는가,
어적도 흥에 겨워 달을 따라 부는구나.
초목이 다 진뒤에 강산이 묻혔거늘
조물주가 헌사하여 빙설로 꾸며 내니,
경궁요대와 옥해은산이
눈 아래 펼쳐졌네.
자연도 풍성하사 간 곳마다 경치로다'
인간 세상 떠나와도 내 몸이 겨를 없다.
이것도 보려 하고 저것도 들으려 하고,
바람도 쐬려 하고 달도 맞으려 하니,
밤일랑 언제 줍고 고기는 언제 낚고,
사립문은 뉘 닫으며 진 꽃은 누가 쓸까,
아침 시간 부족한데 내일이라 넉넉하랴.
오늘도 부족한데 내일이라 넉넉하랴.
이 산에 앉아 보고 저 산을 걸어 보니
번거로운 마음의 버릴 일이 전혀 없다.
쉴 사이도 없는데 길이나마 편하랴.
다만 한 청려장 다 무디어 가는구나.
술이 익었거니 벗이야 없을쏘냐.
부르게 하며 타게 하며 켜게 하며 흔들며
온갖 가지 소리로 취흥을 재촉하니,
근심이라 있으며 시름일 붙었으랴.
누웠다가 앉았다가 구부렸다 젖혔다가,
읊었다가 불었다가 마음 놓고 놀거니와
천지도 넓고 넓고 세월도 한가하다.
희황 모르더니 이때가 그로구나.
신선이 어떠한가 이 몸이 그로구나.
강산풍월 거느리고 내 평생을 다 누리면
악양루의 이태백이 살아온다 하더라도
호탕한 회포야 이보다 더할쏘냐
이 몸이 이런 것도 역군은 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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