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분류 : 국한문혼용가사
작자 : 남석하
자료형태 : 전적
소장처 : 한국가사문학관
해제시기 : 2009.12.31일
해제자 : 이현주 교수
작품설명(초록)
<초당춘수곡>은 총 127구에 달하는 중편가사이다. 이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어느 화창한 봄날
자신의 집에서 낮잠을 자다 일어나 상춘(賞春)하게 된 사정과 그에 따른 감회를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감흥을 그려냄에 있어 국내는 물론 향리의 인명이나 지명. 산수(山水)의 이름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중국의 인명이나 지형. 지물이 자주 나타나고 있어 현장감보다는 관념적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지고 있다. 다시 말해 실제 고향의 봄이라고 하기보다는 중국의 대표적인 누정에서의
승경놀음 및 이와 관련된 여러 인물들의 행정이 부각되어 있는 작품이다.
이는 작가의 자연에 대한 관점 및 중국의 역사 문학에 대한 인식을 가늠케 해준다.
부귀와 영화는 우리들 누구나가 염원하는 바이다.
하지만 대개 각자의 인생에서 그리 오래가지 못한 채 일시적 머무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편,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 산수자연이야말로 우리와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진정한 벗이라는 작가의
관념은 중세시대 사대부의 보편적인 입장에 다름 아니라 할 것이다. 이 작품은
"괴화(槐花)나무 늦어서 백면서생 (白面書生) 못면하니 사십(四十)의 지천명(知天命)을 오늘날에 당했구나"라는
진술에 의존할 때 그의 나이 50세에 지은 것으로 보인다.
초당 늦은 날에 깊이 든 잠 겨우 깨어
죽창을 바삐열고 작은 뜰에 방황하니
시내 위의버들잎은 봄바람을 먼저 얻어
위성땅 아침 비에 원객의 근심이라
수풀 아래 뻐꾹새는 계절을 먼저 알아
강구연월 들에서는 농부를 재촉한다
아아 내일이야 잠을 깨어 생각하니
세상의 모든 일이 모두 다 허랑하다
공명이 때가 늦어 백발은 귀밑이요
산업에 꾀가 없어 초가집 몇 칸이라
백화주 두세 잔에 산수의 정이 들어
홍도벽도 난발한데 청려완보 들어가니
산은 첩첩 기이하고 물은 맑고 깨끗하다
안개 걷혀 구름되니 초산진산 백운이요
구름 걷혀 안개되니 계산파무 묘차아라
앉아 보고 서서 보니 별천지가 여기로다
때 없는 두 귀 밑을 돌시내에 다시 씻고
탁영대에 잠깐 쉬고 세심대로 올라가니
풍대의 맑은 바람 심신이 소쇄하고
월사의 밝은 달은 맑은 의미 일반이라
석경을 빨리 달려 수층화계 올라가니
절로 핀 꽃 해당화며 심어 핀 꽃 척촉장미
이화도화 행화 피고 취죽창송 섞였는데
해바라기 촉규화며 모란호 영산홍과
난초혜초 우금작약 오색 국화 봉선화며
다 핀 나무 덜 핀 나무 집을 둘러 피었는데
호중두견 우는 소리 곳곳마다 봄이 왔다
탐향접무 묘한 거동 가볍게 날아들고
천류앵가 맑은 소리 때때로 흘러온다
좋을시고 좋을시고 경치도 좋을시고
가슴 속이 쇄락하여 사방을 바라보니
악양루의 좋은 경치 동정호가 제격이요
황강루의 좋은 경치 월파루가 제격이요
고소대의 좋은 경치 한산사가 제격이요
봉황대의 좋은경치 반락삼산 제격이요
유미당의 좋은경치 서호수가 제격이요
그도 그러 하거니와 내 집 치레 보자면은
초가 한 칸 얽어 내여 만리풍광 맞아 드니
고루걸각 좋다한들 작은 집과 바꿀소냐
안자의 어짐으로 누황에서 살았을 때
일단사의 일표음을 그도 평생 못 이루네
봄바람에 좌료하여 안빈을 즐기시고
석승의 부우함으로 금곡에 집을 지어
산호구슬 백석으로 청루미색 다 사들여
일시호강 자락한들 죽은 후에 쓸데없다
상산에 숨은 사호 바둑판이 명절이요
동강에서 낚던 자룡 낚싯대가 청렴 징표
나도 역시 그 아니랴 인생팔세 입학하여
사서삼경 배워 내어 과문육체 알아내어
청운의 낙수교를 이십 전에 올라가서
홍진의 봉성달을 삼십 전에 보렸더니
괴화나무 늦어서 백면서생 못 면하니
사십의 이운노를 지난날에 들었더니
오십의 지천명을 오늘날에 당했구나
초당에 반환하여 봄날에 기대앉아
구중궁궐 바라보고 풍운일회 꿈꾸더니
남양처사 내 못되니 삼고초려 누가할까
황홀한 장자원 동풍호접 뿐이로다
청풍명월 좋은 경치 돈 없이도 살 수 있다
부귀 주인 누구인가 계곡과 산은 내 차지라
만학천봉 깊은 곳에 온갖 생각 다 잊으니
신선이 신선인가 내가 정말 신선이라
도화유수 흘러간들 고깃배 어찌 찾아오며
구름 깊어 모르거든송하문동 어이 알까
벽위에 걸린 퉁소 왕자가 불고 갔나
새 줄 끼운 거문고는 유수곡 옛 음률로
종기 없이 혼자 타니 산수만이 아양이라
연하의 깊이 든 병 독락으로 다 늙는다
다리 위에 저는 나귀 맹호연이 살아온가
꽃 밖의 작은 수리 소강절을 다시 본 듯
달 아래서 술 마시니 주중적선 내 아닌가
시내 위에 꽃 씻으니 시중성인 주구인가
오동의 밝은 달을 봉황과 희롱하고
가을 강의 맑은 홍울 백구와 화답하니
명사십리 홍료주에 어부 피리 더욱 좋다
그 모르는 속세 사람 일시변화 원치마라
도도한 환해풍파 성은이 깊었으되
한 몸이 표박하면 이 아니 분주할까
영욕의 몸이 늙어 해로가 한 곡조로
단정을 앞세우고 북망으로 돌아갈 때
공명부귀 부운이요 종정옥백 티끌이라
천지무궁 이 강산은 늙을 때가 없었거든
상전벽해 변한 후인들 다할 때가 있을 쏘냐
이내 산천 좋은 경치 임의로 주장하여
추월춘풍 벗을 삼아 백년종로 하리로다
아이야 꽃 산노아라 취해 놀까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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