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분류 : 국한문혼용가사
작자 : 정해정
자료형태 : 전적
소장처 : 한국가사문학관
해제시기 : 2009.12.31일
해제자 ; 김신중 교수
작품설명 (초록)
<석촌별곡>은 정해정(鄭海鼎)이 지은 가사 작품이다.
정해정은 옛 창평현 사람으로 작 장일(章一)이고, 석촌(石村), 석당(石當), 방촌(防村),이라는 호를 사용하였다.
철종 1년(1850)에 태어나 1923년에 세상을 떠났다.
이 세상에 머무른 만 73년 동안 그는 향리를 지키면서 시문을 짓고 산수 간을 오가며 생활하였다.
담양과 화순에 걸친 무등산 자락일대가 그가 주로 노닌 곳이다.
<석촌별곡>은 바로 이러한 그의 산수취향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작자의 나이 35세 때인 고종 21년(1884)에 제작되었다.
석촌별곡 - 현대문
저 산에 섰는 돌이 서석인가 입석인가?
유연히 보는 눈이 자세히도 물을씨고!
그 누가 자세 알아 나에게 이를 손가?
갈건을 기우 쓰고 짚신을 조여 신어
초동길 옆에 두고 시내 바위 밟아 올라
구공의 행적으로 동산에 올라가니
산 사람 공손하고 산새는 지저귀며
완연히 잔잔한 물 육칠 리를 빗겼으니
아마도 모를씩고 봉회로전 분명하다
저산의 육귝동이 여기런가 저기런가?
임학은 울창한데 경개도 같을씨고!
지금 한유 어디 가고 산림만 있는구나
취정은 그만두고 돌길에 막대 짚어
종산의 곧은 길로 병풍바위 마주보아
용추지 돌아들어 폭포대 올라가니
여산이 진면목이 같을씨고 여기로다
이보다 갖춘 경치 또 어디 있단 말가!
터를 닦던 백낙천을 어디 가 소식 없고
살구 심던 동봉이는 신선 자취 남아 있다
취홍을 못다 이겨 옛날 일을 돌아보며
여산 노래 불러대니 적선시 아니런가?
고적을 살핀 후에 저 경개 글로 지어
거문고로 타내어서 비파에 올리고자!
신선대 찾으려고 천석을 길을 삼아
차례로 밟아 올라 그늘로 가자 하니
무협같은 저 꼭대기 잔나비 소리 슬플씨고!
그 아래 석벽 위에 깃든 매가 놀라 난다
솔과 노송 빽빽한데 칡넝쿨만 얽혀 있다
운산은 첩첩하고 만학은 골골이라
구붕일랑 저만 두고 바위 위에 자리 보아
져근덧 앉았으니 솔 사이 우는 물결
완연한 바둑소리 정정하게 떨어진다
백학관이 어디기에 바둑소리 웬 일인가?
고쳐 올라 앉았으니 이 세상의 영경이라
언덕 올라 파람 불고 물가에서 시를 지어
분주히 옛일 생각 이내 심회 어이할까?
저 종악 맨 위층에 군극으로 언뜻 올라
한정 없이 바라보니 광원하다, 저 호산이!
여기 와 다보인다, 다 일러 무엇할까?
저기 가는 육칠 시대 성산별곡 부르면서
식영정 오르려고 소쇄원 잠깐 취코
환벽당 죽림 밖의 조대에 올라서서
노자암 자미탄을 뜻을 두고 구경한가?
어와 저 군자야, 누구누구 왔단 말가?
그 놀이 좋거니와 어느 때나 참여할까?
청안을 다시 씻고 서봉 옛터 살펴보니
운림은 참담한데 충암만 흩어있다
어디서 부는 바람 회리바람 아니런가?
사모암 건너보니 선인대 이뤘구나
송단에 배회타가 오지봉 반겨보아
운문에 나아가서 선옹을 찾으오니
삽살개는 짖어대고 동자가 맞이한다
솔 아래 가까이서 은근히 물어보니
저 동자 이른 말이, 선옹이야 계시오나
술 취하여 주무시니 잠깐 지정 하옵소서
돌 쓸고 누웠으니 나도 또한 곤하여서
풋잠을 얼핏 드니 푸른 오늘 영롱한데
어디서 오는 선옹 백발창안 좋은 위용
요란도 요란하여 이내 꿈 깨워 낸가!
아름다운 저 의관이 기리웅과 어떠한가?
나에게 이른 말, 어찌하여 이 강산을
갈수록 좋게 여겨 들고 아니 나는구나!
슬평성세 던져두고 청운을 하직하여
천명을 즐길 적에 이리저리 서성이며
날이 새면 하는 일이 약을 캐어 요기하고
물 마시고 글을 쓰며 장기 바둑 웬 일인가?
운산의 주인 되어 맡아하니 헌사롭다
동생의 동백이며 이원의 반곡인가?
고반가를 일을 삼아 총계곡 읊조리니
서유자의 지조런가, 한백휴의 청표로다
촉도시 외우면서 독락원 좋게 여겨
녹죽으로 우을 삼고 황하로 벗을 한가?
무정하다 저 세월아, 이 내 백발 웬 일인가?
성시효진 멀리하고 종산월에 깊이 들어
시비 피해 숨었는가? 그 일 내 알았어라!
어와 저 신선옹아, 이내 말 자세 듣소
붕우 친척 다 버리고 고향 형제 멀리하니
이내 마음 맺힌 시름 그 누가 알 것인가?
퇴옹의 궐리 구경 이제 와 걷어 주고
도산 정경 써 내어서 외로 앉아 보노라니
어디서 오는 벗님 변무소 외운 말이
크고도 저 큰 경륜 월옹의 도약이라
북벌 하잔 대로 의논 그 아니 장할손가?
어언 서앙 이백 년에 한담추월 흔적 없네
어둔 길의 후생들은 군현 논란 어디 볼까?
불운하다 근일 소식 나에게는 전치 마오
태백산이 어디메요, 처사시나 외우고자!
호소할 떼 전혀 없어 산수간에 붙이고자
엊그제 풍우중에 일 없이 행장 떨쳐
삿갓에 도룡이로 어부 따라 가노나니
고소대 어디메요, 임고정이 여기로다
황정포 굽어보니 학심당이 거리런가?
요조암 찾으려고 벽락동 들어가니
춘몽파는 간 데 없고 진외정만 서 있구나
외로운 배 닻줄 풀어 증류에 띄어내니
강 위에 떴는 백구 학같이 오는구나
묻노라 저 백구야, 천지간의 장한 기별
영웅 종적 찾으려고 성희월명 바라보니
부운 같은 삼국 일은 더욱 일러 무엇하리!
강 덮은 배 간 데 없고 진중시만 남아 있네
적적한 무창 비에 오작만 지저귄다
오림 먼지 씻으려한 적하문장 그 뒤런가?
전후적벽부 써 낼 제 수조가 불렀으니
충성은 물론이고 글 뜻도 간절터라
어찌하여 말 꺼린가, 문자 속이 부럽도다
동파는 어디 가고 동산 달만 걸렸구나
이객이 부는 퉁소 홀어미만 울었더냐?
천년 자취 붇노라니 그 아니 슬플소냐!
가는 대로 배를 놓아 창랑강들이달아
청류에 끈을 씻고 탁류에 발을 씻어
태수대 고쳐 올라 창랑가 불러보니
물결은 잔잔한데 심신도 막연하다
창웅정 가는 길로 돌길에 완보하여
솔숲을 헤쳐가니 좋을씨고 저 자사!
거동도 그지 없고 겸물도 많고 많다
망천의 별장인들 이와 어찌 견줄쏜가?
좋기도 좋을씨고 전후에 두른 취별!
직녀의 비단 구름 뉘라서 가져다가
굽이굽이 베어내어 팔첩 병풍 만들었나?
눈 앞에 펼친 경을 역력히 살피고자
어떤가 다시 보니 하늘의 호사로다
이렇듯 좋은 세계 님에게도 보이고자
해낭을 펼쳐내어 도처 경치 써 넣으니
일부 산천 아니런가, 갈수록 호사롭다
망월의 깊은 골짝 초동 불러 길을 불어
별산을 외로 두고 석양에 집에 드니
뜰에 꽃 피어있고 새들은 재잘댄다
산창에 기대이니 애닲기도 애닲구나!
변전하는 저 운세에 갑신년이 다시 왔네
오호라, 백성 심정 슬프지 않을손가?
우리 동방 작은 강토 남은 유물 무엇인가?
광수여대 좋은 거동 옛 제도 아니런가?
이제 와 버려두니 천한 풍속 어이할까?
찬연한 선와 복식 어디 가 다시 볼까?
법전을 접어두고 민농시 외우고자!
어디서 부는 광풍 서석에 뜬 구름을
일시에걷어나니, 태고 모습 아니런가?
분명하다 저 서석아 그 아니 부러운가?
말 없이 시비 없이 입과 귀 닫아 있네
나도 어찌 너와 같이 세상사를 떠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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