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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을 기록하다 ◑

계절이 지나는 동안

by sang-a 2023. 11. 21.

매섭던 바람도 조용해졌고 햇살은 겨울답지 않게 따사롭고 보드랍다.

가을 밤이면 우리는 벌레우는 소리도 들어야 하고 다홍빛 잎들의 절규소리도 들어야 했는데 

올 가을엔 그럴 여유가 없었나보다.  지나고보면 모든 게 순간이란 말이 실감난다.

올 해 달력이 다시 한 장만을 남겨놓고 있음을 알았을 때 계절이 지나며 시간을 담아가는 동안 

나의 하루 하루도 괜찮은 숙성의 시간들이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을 뿐이다.

 

엊그제 동치미를 담그고 약간의 깍두기와 알타리를 담그어 겨울채비를 준비 중이다.

친구들의 아들, 딸들이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지루하다고 생각도 했던 젊은 날들이 어느새 추억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있다니. . .

내 아이들이 어른이 되니 나는 노인이 되어가는 게 당연한 순리라는 걸 진즉 알았음에도

새삼 놀라는 척 하고 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나는 동백처럼 붉은 삶을 살았나? ~ 

그건 잘 모르겠지만 그 빛으로 물들고 싶었던 때가 분명 있었던 것 같긴 하다.

지금은?

갑작스러운 상황이 생겨 예민해지는 것 보다는 짐작할 수 있는 전개가 마음이 편하다.

예전보다 열정이 식었거나 에너지 소진으로 끌어올릴만한 힘이 없다는 뜻일게다.

하지만, 굳이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으니 좋은 의미로 보고 싶다. 

 

내 날들이 조금씩 성글어질 때마다 나는 오히려 마음의 안정을 찾고

내 날들이 목마르다 느낄 때마다 불안해지곤 했는데

내가 모든이들의 그리움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하게 되면 

내 작은 사랑이

내 지금까지의 삶이 그저 감사하구나 여기게 된다.

 

이제, 계절이 지나는 동안 내게로 왔던 자연 속 햇살, 바람과 사람들의 많은 몸짓들이 시의 언어가 되도록

나는 가꾸어야 하는 일을 남겨두고 있다. 

 

가지끝에 너무 오래 걸려있게 하지는 말아야 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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