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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객전도(主客顚倒)

by sang-a 2007. 3. 2.
주객전도(主客顚倒)


성 프란체스코는 엄격한 금욕주의를 실현했던 성자이다. 어느 날 제자들과 금식기도를 하기로 했다. 예수께서 40일 금식기도를 하셨으므로 프란체스코와 그의 제자들도 주님과 똑같이 40일 간을 하기로 했다. 다만 보다 어려운 훈련을 하기 위하여 음식을 앞에 놓고 하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모두 잘 견뎠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구수한 음식 냄새가 코를 찔러 정말로 견디기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란체스코와 그의 제자들은 잘도 참아냈다. 전연 흐르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던 시간도 그럭저럭 흘러가서 어느덧 20일을 넘겼다.

그런 어느 날 제자 하나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앞에 놓인 음식을 두 손으로 집어 입 속에 쑤셔 넣듯이 먹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본 다른 제자들이 일제히 꾸짖고 비난을 하기 시작하였다. 다 함께 하기로 결정한 굳은 약속을 깨뜨린 것에 대한 분노요, 깊지 못한 신앙심과 의지력에 대한 질책이었다.

그러자 아무 말 없이 구경을 하던 프란체스코가 얼른 음식을 잡아당겨 먹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제자들은 스승의 뜻밖의 행동에 깜짝 놀라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윽고 제자들이 물었다. “스승님 40일 간을 약속하신 금식을 어찌하여 스승님께서 먼저 깨십니까?”

그러자 위대한 스승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희들도 같이 먹자. 이제는 금식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제자들은 스승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스승이 다시 말을 이었다.
“너희들이 40일씩이나 금식을 하는 목적이 무엇이냐?”
“..........”

“우리가 금식기도를 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이웃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너희들은 친구를 사랑하기 위해서 기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금식을 위하여 친구를 미워하고 비난하였다.

금식은 금식을 했다는 것을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금식을 했다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다. 오직 신앙을 깊이하고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제자들은 옷깃을 여미고 고개 숙여 자신들의 잘못을 회개하였다.


-<박영선 목사 설교에서> 이석규 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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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신앙의 문제는, 본질에 다가가는 아주 훌륭한 방편을 알게 되면 바로 그 방편을 본질로 오해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손가락을 보지 말고 그 손이 가리키는 달을 보라고요. 금식은 손가락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