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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연의 서재 (시조시) ◑

정지된 시간

by sang-a 2007. 3. 2.

 

정지된 시간

 

                                    / 김 나 연

 

어둠을 덮고 누운 공원에 가면 낮동안 아이들과 노느라 지친 그네의

축 쳐진 어깨와 만난다.

하루가 추락하는 것에도 가슴의 물결이 없는도시와 차마 눈 마주하지 못 해.

바람과 섞이어 허공에 흩어지는 낙엽같은 가을,

바람은 차고 중년을 훌쩍 넘긴 여인 몇이 공원을 돌고 있다.

사는 일이 무예 그리 즐거우랴!

깔깔대는 그녀들의 주름진 얼굴위로 비친 달빛이 국화보다 부시다.

나의 시간만이 몇년전으로 정지되어 있을 뿐

이 공원도  저 달도 가로등도 나의 시계에 맞춰주질 않는다.

소리가 들린다.

끊임없이 그리움을 쏟아내는 가을의 소리가.

산다는 외로움이 검은 도시의 밤을 삼키면 또 나같은 사람 하나

타락하고 싶어 잠 못 이루는 소리 들린다.

시간은 또 기절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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