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이 날린다.
/ 김 나 연
정선골의 겨울은 4월이 와야 물러난다
흙처럼 정직한 얼굴들이
굴탑으로 연기를 미는 1월 저녁
동해에선
조개껍데기도 술렁거리고
짧은 해를 삼키던 목짧은 새의 노래가
따분한 골목을 파고들면
그리운 것들 하나 둘 어둠이 된다.
바다는
하염없는 눈발을 그저 말없이 삼킨다,
밤이 다하도록 삼키고 또 삼킨다.
벌건 밤내 사람들이 커피를 찾는 동안
누가 이 순진한 풀꽃에 봄이 없다 하는가!
봄은 오고 흙은 가슴을 열겠다 하는데
사람이 없다. 사람이 없다.
먼지 사이로 오늘도 술취한 눈발 그칠줄을 모르고
논둑 언저리에선 늙은 촌부의 주름이 깊다.
'◐ 나연의 서재 (시조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심하게 아픈 날 (0) | 2007.03.02 |
---|---|
지금은 기도 할 때 (0) | 2007.03.02 |
정지된 시간 (0) | 2007.03.02 |
길 (0) | 2007.03.02 |
떠나가는 것들 (0) | 2007.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