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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연의 서재 (시조시) ◑

떠나가는 것들

by sang-a 2007. 3. 2.

떠나가는 것들

 

                                   / 김 나 연

 

 

약속처럼 왔던 봄도 올 해는 나를 외면하였다. 진달래도

목련도 그저 바람결에 잠시 눈길만 한 번 주고 갔을 뿐이었다.

쇳소리를 그렁대며 그렇게 봄이 가는 동안에 형제들도

함께 떠나가고 폭우가 쏟아지던 그 여름 모진 빗물보다

더 탁한 설움이 나뭇잎처럼 떨어져 바닥을 뒹굴었어.

어둔 동굴을 찾아 작은 몸 숨기기에 급하다 끝내  지쳐 쓰러졌어.

세상과 서로 다른곳을 바라보는 동안에도 계절은 오가는데

이제

어떤 흔적으로 남은 상처위에 내 멀어진 나라 있었을까?

닿을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진 꿈,

오랜동안 묻었던 모습이 낯설음으로 다가오고 있다.

구월에 나의 뜨락에 어떤 것들을 익혀야 할까?

내 사랑이 제 스스로

낙엽이 되었던 것처럼 그렇게 쓸쓸이 떠나간다 해도

나는 누군가의 집이 되어야만 하기에

오늘도 떠나가는 것들을 보면서도

무디게 무디게 걸음을 떼고 있다.

얼마쯤 가다가다보면 그것들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희미하게 가지며....            06.09.

 

국화국화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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