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것들
/ 김 나 연
약속처럼 왔던 봄도 올 해는 나를 외면하였다. 진달래도
목련도 그저 바람결에 잠시 눈길만 한 번 주고 갔을 뿐이었다.
쇳소리를 그렁대며 그렇게 봄이 가는 동안에 형제들도
함께 떠나가고 폭우가 쏟아지던 그 여름 모진 빗물보다
더 탁한 설움이 나뭇잎처럼 떨어져 바닥을 뒹굴었어.
어둔 동굴을 찾아 작은 몸 숨기기에 급하다 끝내 지쳐 쓰러졌어.
세상과 서로 다른곳을 바라보는 동안에도 계절은 오가는데
이제
어떤 흔적으로 남은 상처위에 내 멀어진 나라 있었을까?
닿을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진 꿈,
오랜동안 묻었던 모습이 낯설음으로 다가오고 있다.
구월에 나의 뜨락에 어떤 것들을 익혀야 할까?
내 사랑이 제 스스로
낙엽이 되었던 것처럼 그렇게 쓸쓸이 떠나간다 해도
나는 누군가의 집이 되어야만 하기에
오늘도 떠나가는 것들을 보면서도
무디게 무디게 걸음을 떼고 있다.
얼마쯤 가다가다보면 그것들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희미하게 가지며.... 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