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문학 & 예술 ◑

[문화반란의기수] (15) 문화비평가 김정란

by sang-a 2007. 3. 8.

[문화반란의기수] (15) 문화비평가 김정란
경향신문 [ 문화생활 ] 1999. 7. 21. 水

-“문단패거리는 가라”독설의 시인-

『칼칼하고 똑똑한 작가는 눈에 띄지 않는다. 한결같이 들척지근하고
느끼하고 멍청하다』 『연예인과 문학인이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도
구별하지 못하는 작가들, 약간의 손재주와 감상을 가지고
대중에게 아부하는 자들, 저들이 내 동료란 말인가』
시인 김정란씨(46)가 최근 계간지 「인물과 사상」 10권째 출간기념 부록에
실은 글이다.

문인이면서 문단을 향해 거침없는 독설을 토해내는 기가 센 여자. 상지대
불문학과 교수로 97년 베스트셀러가 된 「람세스」를 번역하고 3권의 시집을
내 올해 소월시문학상 대상을 받은 중견작가.

그러나 그는 공격적 글쓰기로 더 유명하다.
언론을 향해 「문학을 얕보지 말라」며 질타한다.
이른바 베스트셀러 작가들과 출판사들의 상업성에 대해 독설을 쏟아붓는다.
문화권력자들, 문화의 기득권 세력들을 물고 뜯는 데 이력이 났다.
그래서 「여자 강준만」이란 별명도 얻었다.
『시라는 형식 자체가 끊임없이 새로운 정신을 추구하고 비판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권력에 봉사하는 시인이란 없는 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모든 권력을 부인하는 자유주의자이며 랭보와
로트레아몽의 후예일 수밖에 없어요』 이런 철학을 갖고 있는 시인이 보기에
지금 세상과 문단은 「뭔가 합의할 수 없는 곳」이다.

 

진지한 시인들이 발붙이지 못하는, 그래서 날을 세울 수밖에 없는 곳이란다.

『우리 문학엔 「문학주의」는 없고 「문학청년주의」만이 있어요. 치열한
자아의식으로 세계를 해석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문학의 본질은 간데
없습니다.
값싼 감상주의로 칠갑한 「문청」이 현실에 매몰되면서 탈이데올로기의
나팔만 불어대고 있지요』 그렇다면 문학이란 어떤 것인가. 그는 역사적
정당성과 모더니스트적 미학의 균형적 조화로 본다.
한마디로 문학은 아름다우면서도 인간의 삶을 밝힐 횃불과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가벼운 시, 솜사탕 같은 시들을 경멸한다.
그런 시시한 시들은 독자를 무시하고 문학의 질을 떨어뜨린다.
특히 「팔리는 문학」을 위해 비평을 하고 팡파르를 울려대는 상업성에 치를
떤다.
그러나 열광의 시대 80년대에 그는 조용했다.
스스로 『비겁했다』고 토로한다.
그런 그가 90년대 들어 목소리를 높여온 것은 문화가 90년대의 지배적인 삶의
양식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문화가 새로운 권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90년대는 자신이 발언해야 할
공간이라고 자각한 것이다.

『90년대 문학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아 구축의 방향에 착점한 것은
옳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실제 문학작품에는 자아가 없어요. 타인과 멀어진 개인의 칩거만 있을
뿐이죠. 비생산적 나르시시즘이 만연하고 있어요』 그러면 그의 시는 과연
어떤가. 「나는 이제 쓸쓸해 하지 않는다 내 마음 속에서 천개의 태양과 천개의
달이 뜨고 지는 걸 나는 단 하나 사랑의 끈만 잡고 놓지 않는다 세계여 난
너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나로 하여 이 사랑에 지치지 말게
하라」 (「여자의 말-세기말, 적극적인 죽음」 중) 정상적인 구문의 파괴,
파편화된 이미지의 나열을 통해 여성적 사랑의 의미를 탐구한다.
이기적 자아가 아닌 공동체적 자아, 인류보편적 자아를 지향한다.
그러나 해체적 실험성과 관념 지향성은 그의 시들을 난해하게 만든다.
문단에서 「첨예한 시적 자의식의 소유자」 「모더니스트적 상상력의
자유로움과 실험의식」 「아직 정련되지 않은 모호한 감정의 분출」 등
평가가 엇갈리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76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꽤 오래 문단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서야 소월 시문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