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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산책로 ◑

[한시] 哭子(곡자) / 허난설헌

by sang-a 2007. 3. 30.



靑竹과 동백

 

 

哭子(곡자) /아들을 잃고 통곡 하며 

      

                                      /  許蘭雪軒(허난설헌)

 

去年喪愛女(거년상애여) 지난 해 사랑하는 딸을 잃고

今年喪愛子(금년상애자) 올해엔 아끼던 아들을 보내었네.

哀哀廣陵土(애애광릉토) 슬프고 슬프다, 이 광릉땅에  

雙墳相對起(쌍분상대기) 두 개의 무덤이 마주 서 있네. 

肅肅白楊風(숙숙백양풍) 백양(白楊)나무 숲엔 쓸쓸히 바람 불고

鬼火明松楸(귀화명송추) 도깨비불은 송추(松楸)에서 번쩍인다.

紙錢招汝魂(지전초여혼) 지전(紙錢)으로 너의 혼을 부르고 

玄酒奠汝丘(현주전여구) 현주(玄酒)를 너의 무덤에 뿌린다. 

應知兄弟魂(응지형제혼) 응당 너희 남매의 혼은 

夜夜相追遊(야야상추유) 밤마다 서로 좇으며 놀리라.

縱有腹中孩(종유복중해) 비록 뱃속에 아이가 있다한들

安可冀長成(안가기장성) 어찌 장성하기를 바랄 수 있으리.

浪吟黃臺詞(낭음황대사) 아무렇게나 황대사(黃臺詞) 읊으며 

血泣悲呑聲(혈읍비탄성) 피눈물 흘리며 소리낮춰 슬피 운다. 


작자는 우리나라의 역사상 손꼽는 여류시인입니다.

불행한 가정사를 겪었고 남편과의 관계도 썩 좋지 않았던 작자가

사랑하는 자녀조차 잃고 슬퍼하는 심정을 표현하였습니다.

이제 죽어 같이 묻힌 두 남매가 밤마다 서로 같이 놀아 주기를 바란다는 대목에서는

읽는 이의 목을 메이게 합니다.

1)광릉: 경기도 광주(난설헌의 媤家)의 공동묘지. 2)백양: 백양목을 말하며 흰색의 백양목은 죽음을 상징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3)송추: 공동묘지의 또 다른 별칭. 4)지전: 종이돈으로 무당들이 굿을 할 때, 원혼을 부를 때 사용한다. 5)현주: 정화수로 아이무덤에 술대신 사용한다. 6)종유: 부사로 비록이란 뜻이다. 7)안가: 부사로 어찌란 뜻이다. 8)황대사: 자식을 죽인 어미를 자책하는 노래 황대사(黃臺詞) 황대 아래 외 심으니,주렁주렁 외가 익네. 첫 번째 외는 좋다고 따내고 두 번째는 아직 여리다 솎아내고 세 번째는 맛이 좋다 또 따내고 네 번째는 덩굴채 걷어 가네. 種瓜黃臺下 瓜熟子離離 一摘使瓜好 再摘令瓜稀 三摘尙云可 四摘抱蔓歸 당 고종(高宗)의 아들이 여덟인데, 위로 넷은 천후(天后)의 소생이다. 맏인 홍(弘)을 태자로 삼았으나, 계후(繼后: 두 번째 왕비)가 시기하여 독살하게 되자, 둘째인 현(賢)을 태자로 세웠다. 그러나 현은 수심에 가득 차 말이 없고, 이 노래를 지어 악공에 주어 부르게 하여, 상(임금)과 후(왕비)의 깨달음을 얻으려 했으나, 그도 결국 쫓겨나 죽고 말았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