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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의 집념

by sang-a 2007. 4. 19.

 

박연의 집념


세종대왕 때 음악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긴 예문관 대제학 박연은 본래 영동지방 유생이었다. 이웃에

피리를 불 줄 아는 사람이 살고 있어서, 공부하는 틈틈이 그를 찾아가 피리를 배웠다. 솜씨가 금세 늘어

온 마을 사람들이 피리를 매우 잘 부는 사람이라고 추천할 정도가 되었다.

그럭저럭 과거시험 날짜가 다가오자 박연은 과거를 보기로 했다. 한양에 올라와서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궁궐 내 음악 교습소에서 연습하던 어느 광대의 피리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는 곧바로 가르침을 청하며

자기 연주를 평하여 달라고 했다.

광대는 말했다.
“가락이 상스럽고 장단에 맞지 않는데다 옛 버릇이 굳어져 고치기가 어렵겠습니다.” 가락이 상스럽고

장단에도 맞지 않는다니…. 이미 많은 사람에게 칭송을 받고 있었는데 말이다. 여느 사람 같으면 불같이

화가 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박연은 겸손한 자세로 더욱 간절히 가르침을 청했다. “비록 그렇다 해도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그 뒤로 날마다 부지런히 다니며 배우더니, 처음에는 먼저 배운 사람들을 뛰어넘고, 며칠 뒤에는 대성할

기미를 보이더니, 또 얼마가 지난 뒤에는 오히려 그 광대가 스승으로 삼을 정도가 되었다.

과거시험을 앞둔 사람이 날마다 광대를 쫓아다니며 부지런히 피리를 배운다는 것은 흔치 않고, 또 쉽지도

않은 일이다. 그러나 박연은 큰 스승을 모신 사람처럼 겸손하면서도 열심히 하루하루 그를 따랐고,

그러다보니 먼저 배운 사람들보다 솜씨가 나아져 끝내는 광대를 뛰어넘는 솜씨를 갖게 되었다.


-민병수 지음 <한국인의 지혜>에서-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심성과 우직한 열심이 이루어낸 결과라는 사실을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그런 심성이 바로 훗날 세종의 보살핌으로 음악에서 불후의 큰 공을 세운 대제학 박연을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는 박연에게서 음악은 배우지 않더라도 겸손과 우직한 심성은 깊이 새기며 배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