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일요일은 보석이의 생일.
모처럼 연극을 보기 위하여 대학로를 향하는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강풀의 순정만화 』를 선택하고 소극장으로 향했다.
순수한 사랑을 다룬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로 가슴도 많이 따뜻했고
우리를 많이 웃게 한 행복한 두시간을 보낸 후, 동대문 쇼핑을
세시간 가량 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
감사한 하루가 그렇게 깊어갔다.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 보석이는 배가 아프다고 호소해왔고 약으로 응급조치를 취한 후 밤을
넘겼지만 다음날 여전히 오른쪽 배가 아프다는 것이다.
큰 일은 아니겠지 하며 불안한 마음을 애써 달래며 병원을 찾게된 결과
<급성 충수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국립 의료원 응급실을 향한 보석이는 그곳에서 이런저런 검사를 한 후 수술이 결정 되었고
복강경 수술이 되지 않는다는 병원측의 사정에 의해 신촌 연세병원으로 옮겨 그날 저녁 8시에
수술실로 들어가 <충수돌기 절제술> 일명 맹장수술이란걸 하게 되었다.
1시간 30여분동안의 수술을 마치고 나온 보석이를 다시 만나는 내 심경은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벅찬 감사의 시간이었음을 고백한다.
마취가 풀리고 첫날의 통증도 시간이 흐르며 완화되어갔다.
목요일에 퇴원을 했다.
처음 병명을 알았을 때의 충격에서의 당황과 , 수술을 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의 두려움ㅡ
수술실에 보석이를 들여보낸 이후 기다리는 동안의 초조, 다시 만났을 때의 반가움.
이 모든 마음들은
긴 시간 , 어둔 밤 나를 낯선 간이역에 내려놓고 가버린 열차가 제발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시간들이었고 그 시간들은 보석이가 나의 생명이라는 것 외에 그 어떤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보통 맹장수술이라 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들 한다.
나 역시도 대소롭지 않게 알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 자식의 수술 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병원에는 더 위험하고 절망적인 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너무도 많다. 감히 희망조차
가질 수 없는 환자도 참으로 많다.
언제나 그렇듯이 병원에 있는 수 많은 환자들을 보고 있자면 무엇보다 건강이 중함을 알게 되고
내안에 있는 물질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진정 소중한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시간이 지나 생활속으로 다시 들면 또 무언가의 갈증과 욕심을 채우려 달리겠지만 말이다.
지금 이시간 병원에 계시는 모든 환자분들의 빠른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환자
가족분들께도 희망을 잃지 마시길 기도한다.
*참고로 <급성 충수염>에 대한 정보를 <푸른 곰팡이>게시판에 올려 놓았다.
조금이나마 이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기 위함이다.